“환자가 중독상황 인식 못하면 역효과”… 한창우 강남을지병원 교수의 제언 기사의 사진
최근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치료가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정신의학 및 심리치료 영역에서 VR기기가 적극 도입되고 있다. 불안장애, 공황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의 영역을 넘어 도박, 마약, 알코올 등 중독질환까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중독치료의 전문가인 강남을지병원 한창우 교수(사진)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중독치료에서 가상현실이 도입된 배경과 치료효과는= 가상현실은 현재 환자들이 겪고 있는 불안감을 완화시켜주는 방법으로 시도됐고, 최근에는 환자가 자신의 중독문제를 드러내고 문제의 심각성을 좀 더 빨리 인식할 수 있도록 개발돼 활용되고 있다. 특히 가상현실을 통해 막연히 교과서적으로 전문가가 설명하던 방식에서 좀 더 실제에 가깝게 현재 환자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사실감 있게 드러내 보여줘 문제를 보다 확실히 인식하는데 도움이 돼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어 효과가 좋다.

◇법무부가 VR치료를 도입했다. 어떻게 보는가= 지금까지 법무부는 중독문제와 환자들을 처벌의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VR치료를 도입하는 모습은 앞으로 환자들을 치료받아야할 대상, 재활해야하는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것으로 비춰져 기대가 크다. 더구나 보호관찰대상자들 중 상당수는 알코올 중독 초기 환자들로 보여 적극적인 치료와 상담이 이뤄진다면 치료효과가 훨씬 높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주의해야할 점은 무엇이 있나= 가상현실치료를 바로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환자들이 자신의 문제나 중독정도를 정확히 인식하고 교육받지 못할 경우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최근 많이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환자가 가진 갈망을 일정수준 높인 후 갈망을 혐오자극 등을 이용해 제어하는 형태다. 하지만 병 의식이 없거나 갈망 수준이 너무 높은 이들에게는 치료 후 알코올 섭취욕망을 더 끌어올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더구나 알코올은 뇌신경을 파괴시켜 인지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인지기능이 떨어지고 병 의식이 낮은 경우 치료프로그램을 받아들이는데도 한계가 있고 효과도 낮다. 이에 반드시 전문가가 기본적인 교육과 가상현실의 원리, 치료와 개선 부분을 자세히 이해시키고 프로그램을 이용해야 효과가 크다.

◇알코올 자가테스트와 의존치료에 중요한 점은= CAGE라는 자가테스트법이 있다. ▶‘내가 술을 끊으려고 고민해본 적이 있나’ ▶‘내가 술을 먹는 문제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은 적이 있나’ ▶‘내가 술 문제 때문에 죄책감을 가진 적이 있나’ ▶‘해장술을 먹은 적이 있나’ 등 4가지 문항으로 구성됐다. 이 중 2가지만 해당돼도 알코올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여러 문항이 해당된다면 술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가까운 병의원이나 보건소, 중독관리통합센터를 찾아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국내에서는 알코올 의존증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술에 대해 관대하기도 하고 많이 권하기도 하며 쉽게 끊거나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술로 문제가 생겨도 실수라고 치부한다. 하지만 알코올은 뇌에 손상을 주는 진행성 질환이다. 쉽게 재발하기도 한다. 술로 인해 실수를 반복하거나 제어할 수 없다면 문제가 있다는 분명한 질병 의식을 가져야 한다.

오준엽·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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