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받은 수술도 감염된 도구로 이뤄졌다” 기사의 사진
하루에도 수천건의 수술이 의료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 자주 시행되는 33개 주요수술건수만 2016년 기준 179만4000여건에 달한다. 간단한 수술이라도 ‘수술’이라는 명칭이 붙으면 피부를 째거나 기구를 삽입하는 등 침습적 행위가 이뤄진다. 문제는 이렇게 침습적 수술에 사용되는 도구만도 수십가지가 넘는 상황에서 과연 감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아쉽지만 전문가들은 메스(수술칼) 등 침습기구에 대한 소독·멸균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의료기관들이 ‘의료관련감염 표준예방지침(2017)’이나 ‘의료기관 사용 기구 및 물품 소독지침(2017)’에 따라 소독이나 멸균, 멸균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점검하는 별도의 체계는 갖춰져 있지 않다. 소독·멸균이 이뤄지는지 여부도 의료법상 ‘의료기관 인증’을 위한 점검지표 2가지로만 확인하고 있다. 하지만 지표조차 ‘멸균기를 정기적으로 관리한다’, ‘멸균물품을 관리한다’ 2개뿐이다. 결국 4년에 한 번 이뤄지는 인증시기에만 관리하면 그만이다. 그 마저도 의원급 의료기관 등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관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한 감염관리 전문가는 “미국의 경우 사전예고 없이 지침에 맞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태국은 강제성 있는 지침을 내세워 국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의료기관 멸균상태를 감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인증기간에만 신경 쓸 뿐”이라고 말했다.

◇사후약방문조차 ‘급급’한 정부=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의료관련감염 관리의 허술함이 좀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감염관리 전문가들은 국내에서의 의료기구로 인한 감염확산 문제의 심각성을 거론하며 ▶선진국 수준의 소독·멸균 기준 및 주기 설정 ▶실질적 이행을 위한 보고의무화 ▶예고 없는 상시조사 및 시정명령의 실효성 확보를 요구해 왔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정부차원의 일제점검과 지침 및 점검체계를 이행했지만 완벽하진 않았다. 지침과 고시는 공개됐고, 전수조사도 이뤄져 11개 기관에 대한 시정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지침은 여전히 이행의무가 없고, 조사에서 의원급이 제외됐으며, 결과는 일체 공개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조사결과가 공개될 경우 병원들의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정보공개법 상 예외규정인 기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고 비공개 결정이 내려졌다”며 “공개를 위한 법적 조항이 없는 한 공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침을 강제할 수 있는 규정 또한 없고, 조사권한은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가지고 있어 이대목동병원 사태와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정기조사나 실태조사를 하기는 힘들다”고 답했다. 당초 약속한 일제점검도 신생아중환자실 점검으로 대체했다.

◇의료관련감염 종합대책은= 일련의 답변에 전문가들은 한숨으로 일관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감염관리는 분명 많은 재정과 인력이 소요된다. 막대한 자원을 들여도 티가 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대로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앞선 제안을 포함해 ▶충분한 감염관리 재원과 인력 확보 ▶중앙정부 차원의 관리체계 구축 ▶의원급 의료기관 등 관리감독 사각 해소 ▶개별 기관의 이행률을 높일 유인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 복지부도 감염관리 감시체계 강화 및 수가체계 개편을 포함, 국가차원의 의료관련감염 종합대책마련을 위해 전문가 30여명을 모아 특별전담조직(TF)을 구성하기로 했다. TF에서 다뤄질 내용은 앞서 전문가들의 제안이 포함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연 실효성이 담보된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다른 감염관리 전문가는 “당장 재원확보부터 어려운 상황에 여러 집단과 이해관계 속에서 합의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6월 발표를 목표로 진행될 TF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된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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