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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북녀가 축제 달구고 아리랑으로 하나됐다

남남북녀가 축제 달구고 아리랑으로 하나됐다 기사의 사진
남북 선수단이 9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으로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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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식 이모저모

남북 태권도 시범단이 절도 있는 합동 공연 선보이자
북한 응원단 “우리는 하나다” 외치며 한반도기 흔들어

아리랑 울려 퍼지자 3만5000여 관중 모두 일어나 박수
NYT “남북 대립 넘어설 희망, 선수들이 보여줬다”


“여러분, 드디어 코리아! 남북한 선수단이 공동 입장하고 있습니다!”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장내 아나운서가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코리아팀을 소개했다. 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이 춤을 추고 박수를 유도하면서 스타디움에 발을 들였다.

이를 이어 한국 봅슬레이 간판 원윤종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북한 수비수 황충금이 함께 하늘색 한반도기를 들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기 시작했다. 남북이 공동 입장하기는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안게임 이래 11년 만이다. 역대로는 2000 시드니 하계올림픽을 시작으로 10번째다. 11년간의 반목과 갈등은 이날 한반도기를 뒤로하고 함께 나아가는 남한 145명, 북한 22명의 코리아팀을 통해 사그라들었다.

스타디움에는 어느새 남과 북의 공통 음악이나 다름없는 아리랑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3만5000여명의 관중은 내국인, 외국인 할 것 없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일부 머리가 희끗한 한국 관중의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나타났다. 관중석에 일찌감치 자리잡은 북한 응원단도 감격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다.

코리아팀의 젊은 선수들은 카메라를 향해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기도 했다. 해맑고 열정이 넘치는 모습은 남과 북을 가리지 않았다. 관중석의 외국인들도 남북 공동입장의 역사적 의미를 아는 듯 코리아팀이 지나가자 저마다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기에 바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도 코리아팀이 행진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선수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남북 공동기수의 일원인 원윤종은 개회식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자랑스럽다. 우리가 여기에 평화롭게 함께 있다는 게 특별하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입장하기 전 “전 세계가 스타디움으로 들어서는 우리를 바라볼 테니 걱정도 된다”고 우려했지만, 황충금과 함께 침착하게 한반도기를 쥐고 행진했다.

개회식 이전에도 남북 화해를 엿보게 하는 흐뭇한 장면들이 있었다.

북한 응원단은 사전 공연 시작 전부터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등 노래를 부르며 목을 풀었다. 관중의 박수와 환호에 즐겁게 인사를 하는 등 허물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빨간색 옷을 맞춰 입은 북한 응원단은 3층 관중석 달항아리 성화대 근처에 양쪽으로 나뉘어 자리잡았다.

오후 7시15분쯤 시작된 사전 공연에서 15명의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기합 소리를 지르며 절도 있게 대형을 갖춰 등장했다. 품새로 시범공연 시작한 시범단은 힘차게 각목과 기왓장 등을 격파했다. 발차기로 송판을 산산조각 내기도 했다. 그러자 북한 응원단은 인공기를 흔들며 “힘내라 힘내라” “장하다 장하다 우리 선수 장하다” 등을 외쳤다. 이어 남한 태권도 시범단과 북한 시범단이 합동 공연을 선보이자 북측 응원단은 “조국통일”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한반도기를 힘차게 흔들었다.

이날 개회식을 찾은 김지우(23·여)씨는 “아리랑이 흘러나오는 순간이 개회식 중 가장 한국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순간이어서 인상적이었다”며 “남북 공동입장 때 같은 공간에서 북한 선수들과 함께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남달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만 그는 조직위의 방한 대책에 대해서는 “핫팩이 특히 도움이 됐지만 처음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내내 추웠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온 김종수(62)씨는 “남북이 손잡고 함께 입장을 하니 평화와 통일이 눈앞에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외신들도 개막식 내용을 전하면서 남북 공동팀 구성 의미 등에 초점을 맞췄다.

뉴욕타임스(NYT)는 ‘남북공동팀과 함께 시작한 올림픽, 평화 향한 희망 제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북 양국 선수들이 함께 경기장으로 행진해 들어오며 핵전쟁 우려를 일으킨 지정학적 대립 속에서 돌파구의 희망을 보여줬다”고 해설했다. 영국 BBC방송은 ‘게임 시간이다!(It’s Games time!)’이라는 제목 아래 남북 선수들이 함께 입장한 점을 강조했다.

한편 선수단 입장에서 단연 눈에 띈 것은 통가의 기수 피타 니콜라스 타우파토푸아였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당시 태권도 국가대표였던 그는 웃통을 벗은 채 입장해 큰 주목을 받았다.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로 변신한 그는 평창의 강추위 속에서도 다시 웃통을 벗고 등장하며 개회식 최고 화제를 불렀다.

평창=이상헌 박구인 기자, 강창욱 기자 kmpaper@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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