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우성규] 뛰어봐야 벼룩 기사의 사진
차로 서울 여의도를 지나가는데, 63빌딩을 보더니 초등학교 1학년 꼬마가 외쳤다. “아빠, 벼룩이 63빌딩 건너뛸 수 있는 것, 알아?” 그럴 리 없다고 했건만 아이는 책에서 봤다고 우겼다. “뛰어야 벼룩이란 말도 있어. 벼룩이 잘 뛰어도 그 정도는 아닐 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는 학습만화 ‘퀴즈! 과학상식 세계 최고·최초 편’에 나왔다고 출처까지 댔다. 집에 오자마자 아이가 책을 찾아 펼쳤다.

오해는 비유법에서 비롯됐다. 벼룩은 몸길이 3㎜로 최고 33㎝를 뛰니 자기 몸의 110배 높이를 뛰는 셈이고, 이는 사람으로 치면 63빌딩만큼 튀어 오르는 것과 같다는 그림이었다. ‘뛰어봐야 벼룩’이지만, 벼룩은 강력한 뒷다리 근육을 이용해 제 몸의 100배를 넘기며 혼신의 힘으로 뛰는 생물이다.

주요 은행의 지난해 실적이 역대 최고치를 돌파했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순익만 2조원이 넘는 ‘2조 클럽’에 가입했고, 신한은행 역시 대규모 희망퇴직 비용을 지출하지 않았다면 비슷한 실적을 냈을 것이다. 우리은행도 1년 전보다 20% 순익을 늘려 1조 5000억원이 넘는 성과를 냈다. 정부의 전방위 가계부채 억제책에도 불구하고 은행들 성적이 좋았던 건 순이자마진(NIM)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순이자마진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을 기본으로 하고, 자금조달 비용과 자산운용 총액까지 반영해 계산한다. 은행으로선 참 고마운 ‘님’인데, 지난해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에 힘입어 이 ‘님’이 1 년 새 은행별로 6∼15bp(1bp=0.01% 포인트)나 올라갔다. 예금금리가 벼룩처럼 뛸 때, 대출금리는 63빌딩까진 아니더라도 훨씬 높이 튀어 오른 게 비결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스케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며 세계 증시는 패닉 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 같았던 한은 기준금리 인상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리 인상 때마다 예금금리는 찔끔, 대출금리는 왕창 올리는 시중은행 패턴이 반복되면서 이에 분노하는 여론도 높아만 간다.

이자는 불로소득으로 치부돼 이자소득세를 15.4%나 뗀다. 아직 정기예금 금리는 연 1% 대가 많아 예금자가 얻는 이자 수익은 말 그대로 벼룩의 간 빼 먹는 수준이다. 벼룩도 낯짝이 있다. 이자놀이에 지나치게 기댄 은행들 영업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우성규 차장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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