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건축거장 김중업 설계… ‘충정로 佛대사관’ 복원 첫 삽 기사의 사진
대사관 신축 설계를 공동 수주한 윤태훈 건축가(오른쪽)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대사관에서 열린 신관 신축 착수식에서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왼쪽)과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대사에게 모형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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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 콘크리트’ 국내 첫 도입
날렵·우아한 한옥 처마선 연상
57년 만에 옛 모습 되찾기 나서

1961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합동 언덕 위. 날렵하면서도 우아한 한옥 처마 선을 연상시키는 서양 건물이 들어섰다. 현대건축의 아버지 르 코르뷔지에(1887∼1965) 제자이자 한국의 건축 거장 김중업(1922∼1988)이 설계한 주한 프랑스대사관이다. 지붕 처마선은 우리 전통 건축을 연상시키지만 서양의 노출 콘크리트(누드 콘크리트)기법이 한국에 처음 적용된 사례였다. 그러나 몇 차례 잘못된 개보수를 거치며 우아한 곡선미를 잃어버리는 등 누더기가 됐다. 한국 현대 건축의 걸작이었던 프랑스 대사관이 57년 만에 잃어버린 원형 복원을 위한 첫 삽질에 들어간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11일 오전 대사관에서 장-이브 르 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 부부,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설계를 맡은 윤태훈 조민석 건축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신관 신축 착수식을 가졌다. 내년 여름 완공을 목표로 한 신축 계획안은 김중업이 설계한 ‘처마선 사무동’을 원래대로 복원하는 것을 포함해 타워동과 갤러리동 2개 동을 신축하는 게 골자다. 지난달 14일 서대문구청의 건축허가 승인을 받았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을 겸해 방한한 르 드리앙 외무장관은 “대사관은 (스위스 태생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 제자인 김중업의 작품이라 뜻깊다. 한국과 프랑스의 공동 작업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번 신축은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현대화를 추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후변화문제에 적극 대응해온 프랑스 정부의 의지를 반영해 환경친화적인 건축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건축사무소 사티 대표인 윤태훈 건축가는 “나는 한국에 뿌리를 둔 프랑스 건축가”라며 “양국 관계를 잘 담아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민석 건축가는 “평화 무드로 한국이 설레는 시점에 착수식을 가져 기쁘다”며 “2년 후 한국과 프랑스 간 우정의 징표가 새로 등장할 것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생각하면서 열심히 작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화를 소개했다. 61년 대사관이 완공되던 해 5·16군사정변이 일어났고, 정세가 불안하다고 판단한 프랑스 정부는 자금 공급을 끊었다. 김중업 선생은 부도수표를 날리면서도 인부들에게 밥을 사주며 공사를 강행한 끝에 건물이 완공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 건축가는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신축 계획안은 예산 문제 때문에 원안에서 11층 타워동은 연면적이 좁아졌고 훨씬 슬림한 모양이 됐다. 2층짜리 갤러리 동도 길이가 다소 짧아졌다고 한다. 행사에는 문덕호 외교부 국제안보대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회장, 샤픽 라샤디 주한 모로코 대사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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