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나의 고향교회] “만호야, 새벽예배 가자” 아직도 귀에 선해

(上) 월간 창조문예 임만호 발행인

[아련한 나의 고향교회] “만호야, 새벽예배 가자” 아직도 귀에 선해 기사의 사진
임만호 ‘창조문예’ 발행인이 11일 서울 강남구 선릉로 창조문예 사옥에서 전남 함평 가덕교회 사진을 들고 70여년 전 교회생활을 회상하고 있다. 가덕교회는 세 차례 예배당을 신축했다. 신현가 인턴기자
타향살이에 지친 이들에게 고향은 언제나 정겹다. 어떤 이들은 고향 교회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따뜻한 사랑과 정이 가득했던 공간으로, 또는 신앙의 싹을 틔운 모판으로 말이다. 미래목회포럼은 수년째 ‘고향 교회 방문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노령화·공동화로 어려워지는 고향 교회를 격려하고 신앙의 첫사랑을 회복하자는 취지에서다. 미션라이프는 설 명절을 앞두고 내 고향 교회 추억담을 세 차례에 걸쳐 들어본다.

나는 1940년 10월 10일 전남 함평군 신광면 가덕리에서 태어났다. 고향 교회는 신광 가덕교회다. 초가지붕을 얹은 40평쯤 되는 교회 주변엔 동백나무가 참 많았다. 교회는 1946년 할머니를 따라 출석했다.

“만호야, 새벽예배 가자.” 동네 기상나팔 같은 새벽종이 울리면 양회덕 장로님은 집 앞에서 내 이름을 부르셨다. 양 장로님을 따라 새벽예배에 갔다.

교회 담장은 흙과 나무로 쌓았고 볏짚으로 삼각형 형태의 처마를 만들었다. 나무 기둥으로 된 종탑은 교회 모퉁이에 서 있었다. 교회 마당에서 본당으로 올라가려면 10개쯤 되는 돌계단이 있었는데, 그것이 교회의 유일한 놀이터였다. 여닫이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룻바닥의 예배당이 나왔다. 강대상이라고 해봐야 책상에 하얀 보자기를 덮은 것이었다. 밤에는 남폿불을 붙여놓고 저녁예배를 드렸다. 교회에선 성탄절이 되면 고구마와 찰떡, 시루떡을 나눠줬다. 설 명절 때는 동네에서 제일 유식한 분인 김성수 담임 전도사님께 세배하러 갔다.

1948년 여덟 살 때 일이다. 교회에서 생일 축하한다며 갱지노트 1권을 선물로 줬다.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었다. 주일학교 교장 장로님이 나와서 “하나님, 만호를 훌륭한 사람 되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했다. 선생님과 주일학교 학생 70명은 나를 위해 이런 노래를 불렀다.

“감사하신 하나님, 임만호 위에 복과 은혜를 비와 같이 내려 주시고 간 데마다 하나님이 함께 보호하시사 영원토록 즐거웁게 하시옵소서. 아멘.” 그때부터 나는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가덕교회는 6·25전쟁 때도 불타지 않고 보존됐다. 전쟁 후 초등학교 6학년이 됐다. 교회 친구인 김남열과 노릿재라는 고개에서 아카시아 꽃을 따 먹으며 놀 때였다. 남열이가 말했다. “만호야, 내가 노래하나 불러줄까?” “응.” “먼 하늘 이상한 구름만 떠도 내 주님 오시기를 고대합니다. 낮에나 밤에나 눈물 흐르며 내 주님 오시기를 고대합니다.” 남열이는 손양원 목사님의 ‘주님 고대가’ 한 절을 불렀다. ‘주님 고대가’는 어린 나에게 큰 감동을 줬다.

순교하신 손 목사님의 노래 가사에 영감을 받은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기독시보’에 ‘주여, 어서 오소서’라는 시를 응모해 당선됐다. 이 시 한 편이 월간 ‘창조문예’를 창간해 21년간 253호를 만들게 한 원동력이 됐다.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는 매년 설마다 고향 교회를 찾았다. 하지만 어머니가 소천하신 1997년부턴 발길이 뜸해졌다. 3년 전에 잠깐 들렀는데 너무 많이 바뀌어서 예배당에서 기도만 하고 왔다. 98년 역사의 농촌교회지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을 지낸 안영로 목사님을 비롯해 30여명의 목회자가 배출됐다. 지금도 60여명이 출석하는데, 가끔 동네 소식이 궁금할 때면 교회로 전화를 건다.

어릴 적 고향 교회서 얻은 신앙이 평생을 같이하고 있다. 중학생 형 누나에게 배운 예수님, 새벽에 산에 가서 드렸던 부활절 예배, 만국기를 달고 소나무를 베어다가 거기에서 ‘축 성탄’ 글씨를 붙이고 드렸던 성탄절 행사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온 가족 후손까지도 신앙을 이어가는 큰 힘이다.

72년 전 가덕교회 주일학교에서 만난 예수님이 지금도 변함없는 하나님이시며 예수님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고향과 가덕교회의 추억이 아련하다. 설 연휴가 낀 주일엔 고향 교회에 가보고 싶다. 정리=백상현 기자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임만호 장로 약력=1940년 전남 함평 출생, 숭실대 경영학과 졸업, 한국대학생선교회 간사, 1976년 크리스챤서적 설립, 1997년 월간 창조문예 창간, 현재 남서울은혜교회 원로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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