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영석] 쇼윈도 취준생 기사의 사진
2011년 ‘3포 세대’가 등장했다. 어려운 사회 상황 탓에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들을 의미했다. 자기 포기의 영역은 계속 넓어졌다. 2014년 5포 세대가 출현했다. 3포에다 집과 인간관계까지 포함됐다. 꿈과 희망마저 버린 7포 세대로 이어졌다. 2015년엔 여러 가지를 포기한다는 N포 세대에 이어 요즘은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A포 세대까지 나왔다. 하나같이 청년 스스로의 열악한 처지를 자조적으로 빗댄 신조어들이다.

지난해 말 또다시 신조어가 탄생했다. 무늬만 취업준비생을 뜻하는 ‘쇼윈도 취준생’이다. 주변의 시선과 기대 때문에 겉으로만 취업을 준비하는 척하는 이들이다. 경제적 어려움 탓에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있다. 최근 한 취업포털 조사 결과 취준생의 58%가 자신을 쇼윈도 취준생으로 분류했다. 올해 트렌드를 예상한 책에도 주요 항목으로 소개됐다. 구직활동에 좌절감을 느껴 교육과 직업훈련을 받지도 않고, 취업도 하지 않는 유럽 젊은 층을 의미하는 니트(NEET)족과 닮아 있다.

그들 상당수가 고학력을 갖췄으면서도 장기 미취업생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올해도 쏟아져 나오는 대졸자들을 감당할 만한 일자리가 부족하기에 단기간에 해소되긴 만무해 보인다. 일자리에 대한 높아진 기대치로 인한 노동시장의 미스매칭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면 실패한 사람 취급하는 사회적 풍토도 한몫하고 있다. 취업 준비도 벅찬데 생활비를 벌고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 또한 쇼윈도 취준생의 길로 내몰고 있다. 한탕을 노리며 가상화폐 시장으로 몰려간 그들을 무작정 나무랄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더욱 절망의 구렁텅이로 내모는 이는 기성세대다. 연일 쏟아지는 공공기관과 은행권의 채용 비리 의혹은 그들의 가슴을 찢어지게 하고 있다. 사기업은 더했으면 더 했지 나을 게 없을 것이라는 좌절감이 팽배하다. “돈도 실력이야.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정유라씨의 발언이 여전히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셈이다. 헌법 11조는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서적 경제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회만이라도 평등해야 쇼윈도를 뚫고 나와 도전과 희망을 말할 수 있다. 청년들을 위한 진정한 적폐청산은 바로 이 지점이 아닐까. 정부의 엄단 의지가 제대로 지켜지기 바란다.

김영석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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