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김학수] 적폐와 재난, 그 열쇠의 비밀 기사의 사진
교육 불평등 해소 위한 자사고 폐지가 강남 집값 폭등이란 더 큰 불평등 초래
단일 관점의 해결 방안이 더 큰 재난 불러올 수 있어

다양한 관점의 다면적 분석과 융합적 해결만이 부작용 최소화하는 방안


재난이 겹치기로 밀려오고 있다. 소위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겨울이다. 북한 핵 공포, 북풍 한파와 지진 엄습까지 덮치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인천 낚싯배 전복(15명 사망),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9명 사망), 밀양 세종병원 화재(47명 사망) 등 재난 규모가 확대일로다. 적폐청산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전 권력이 입는 재난은 쓰나미 수준이다. 예상컨대 평창 동계올림픽은 반짝 재난 잊기에 기여할 뿐이다.

재난, 곧 대형 사고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은 없는가. 그것이 어렵다면 최대한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혹시 재난 극복 노력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과오는 없는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보완해야 하나. 불행히도 천재든 인재든 크고 작은 재난의 불가피성을 인정해야 한다. 우주 탄생 자체가 빅뱅이라는 초거대 재난의 결과였다.

현대 과학이 확인한 것처럼 만물은 완벽한 질서 하에 있지 않다. 그러기에 모든 것들 사이의 충돌 가능성은 상존하고, 그 결과 어떤 존재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사멸의 재난을 겪으면서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원초적으로 지구와 생명이 생겨난 것도 그런 충돌, 곧 재난의 뜻하지 않은 부산물일 수 있다.

이제 세상의 모든 존재가 충돌의 결과이면서 새로운 충돌의 소스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재난(충돌 또는 사멸)을 극복하기 위한 어떤 해결방안(존재)도 또 다른 재난의 소스이다. 다리 건설은 교통 불편의 해결책이지만 성수대교 붕괴처럼 부실관리 내지 과부하로 다른 재난을 불러올 수 있다. 이른바 리스크, 즉 잠재적 부작용을 함축하지 않은 해결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문제↔해결의 상호 연속성(Problem↔Solution Continuum)’ 원리다.

그렇다면 잠재적 부작용을 완화시키는 노력이 최선의 방책이다. 그러나 인간 스스로 그것에 역기능적인 치명적 결함을 갖고 있다. 곧 ‘불완전한 집중력’이다. 한순간 하나의 관점에만 주목하고 그 단일 관점으로 과거 캐기에 집중하는 편향성이다. 학문의 각 분야마저 특정 관점에 집중하고, 그 결과 편협한 문제 규명과 해결방안을 제시해, 결과적으로 더 큰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하고 있다고 정치학자 크로(B L Crowe)가 1969년 사이언스지 논문에서 한탄한 바 있다. 이것은 인간 행위의 내재적 결함이 재난의 더 본질적 소스임을 말한다. 교육부가 학교의 불평등을 해소하려고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를 추진하면서 강남지역 집값 폭등이라는 더 큰 불평등 재난을 초래한 것도 그런 사례다.

극히 제한된 해결방안은 ‘재난의 재난’을 불러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따져보면 당면 문제 자체가 이전 다른 문제의 해결방안이 초래한 부산물이다. 따라서 그 이전 문제의 해결방안을 최종 결정한 사람에게 당면 문제의 책임을 지우기 십상이다. 스포츠팀 감독 해고, 기관장 면직, 대통령 감옥 보내기가 손쉬운 책임 묻기로 쓰이는 까닭이다. 그것으로 적폐가 청산됐고 더 이상 재난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기대한다.

책임 묻기에는 강력한 설명이 또한 수반된다. 동기론이다. 즉, 당면 문제를 초래한 이전 문제의 해결방안을 결정할 때, 어떤 (불순한) 동기 내지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가정한다. 그것의 별칭이 제삼자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음모론이다. 동기(motive) 내지 의도(intention)는 당면 문제를 해결하고픈 처음 욕구(need)와 어떤 끝의 목표를 성취하고픈 소망(want)을 통칭한다. 곧 ‘처음’과 ‘끝’으로 어떤 행위 결과를 몽땅 설명하려는 개념이다. 그러나 그 둘 사이의 (화려한) ‘행위 과정(behavioral process)’ 자체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인간의 내재된 결함을 보완할 때만이 적폐와 재난이 축소될 수 있다. 곧 단일 관점 집중, 책임 묻기와 동기론을 넘어서는 일이다. 모든 존재가 상호 충돌의 가능성을 갖고 있는 한 어떤 재난도 단일 관점으로 규명할 수 없다. 따라서 문제 규명부터 융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해결방안이 편협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양한 관점의 집단적 팀워크가 동원된 다면적 문제 분석이 필수적이다. 그럴 경우, 단일 인물에 전가하는 책임론과 동기론도 벗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팀워크의 건설적 행위 과정이 살아나 융합적 해결방안을 전향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다. 그 결과 최종 해결방안의 잠재적 부작용도 완화시킬 수 있다.

적폐 중의 적폐는 우리의 내재적 결함에 존재한다. 그것을 보완하지 않으면 재난의 재난은 한층 장대해지고, 책임 묻기와 음모론, 그에 따른 보복만 난무할 것이다.

김학수(DGIST석좌교수·커뮤니케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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