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현대 감각에 맞게 다듬고 고치고… ‘전·선집’ 다시 보기 기사의 사진
2013년 초 민음사가 펴낸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5권) 완역본이 출간 두 달 만에 10만권 이상 팔려나갔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같은 제목의 영화가 590만 관객을 동원하고 뮤지컬 역시 큰 인기를 누린 해의 기록이다. 이후 국내 문학계에서 완역본이 이런 인기를 누린 일은 좀체 찾기 어렵다.

근래 대표적 완역은 지난해 11월 나온 레프 톨스토이의 소설 ‘전쟁과 평화’(4권)다. 1805년부터 15년간 러시아를 배경으로 나폴레옹 침공 등의 역사적 사건과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과 죽음을 그린 대하소설이다. 악을 상징하는 나폴레옹부터 선을 상징하는 농민 병사 카라타예프까지 모두 559명이 등장한다. 1970년 이 책을 처음 번역했던 박형규 고려대학교 명예교수가 수년간 다시 원전을 확인하면서 오늘날의 감각에 맞게 번역했다. 김소영 문학동네 편집국장은 12일 “공들인 작업이었기 때문에 ‘올해의 책’으로 꼽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전문번역자 문학평론가 출판사 편집자들이 공들인 완역본이나 전집과 선집 등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문학과지성사가 ‘이청준 전집’(34권)을 완간한 데 이어 비슷한 시기 은행나무가 윤후명 소설전집(12권)과 미당 서정주 전집(20권)을 출간했다. 연말에는 소설가 오정희의 대표작이 다수 포함된 ‘오정희 컬렉션 세트’(5권)가 나왔다. 여기에는 데뷔작 ‘완구점 여인’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저녁의 게임’ 중편소설 ‘바람의 넋’ 독일 리베라투르상 수상작 ‘새’ 등이 모두 담겼다. 창비는 최근 ‘녹두장군’으로 유명한 소설가 송기숙의 중단편소설 전집(전 5권)을 냈다. 전집에는 ‘김복만 사장님 금의환향’ ‘똥바우영감’ ‘보리피리’ 등 48편이 수록됐다. 신현림 시인은 ‘한국 현대시 대표시 다시 찾기 101’(사과꽃) 편집에 참여하고 있다. 김소월 한용운 백석 윤동주 시선집에 이어 박인환 이상 김명순의 시선집이 나왔고 앞으로도 계속 나온다. 신 시인은 “한 권만으로도 한국 대표 시인의 전편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영(1921∼1968) 시인 사후 50주년을 맞아 ‘김수영 전집’ 개정판(민음사)이 이달 말 나올 예정이다.

전집 작업은 출판사가 주도하거나 유족이나 후손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출판사 관계자는 “전집은 대체로 ‘문학적 책임감’의 소산”이라며 “시간과 비용이 매우 많이 들지만 연구자 외 일반 독자들이 관심을 많이 갖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소수 유명 문인을 중심으로 전집이나 선집이 나오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문학적으로 재조명될 필요가 있는 작품이나 오늘날 독자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문인의 전집과 선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심진경 문학평론가는 “한때 주목받았으나 잊혀가는 문인이나 문학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발굴해 소개할 때 우리의 문학적 토양이 풍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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