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에 쏠리는 미술시장… 소수독점 이대론 안된다 기사의 사진
서울옥션의 경매 장면. 국내 1호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이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홍콩 전시장을 개관하는 등 해외 시장 개척에 주력한다. 서울옥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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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20주년을 맞은 맏형 경매사 서울옥션의 어깨가 무겁다. 스무 살 어른이 돼 해외시장 강화 등 날갯짓이 힘차지만 미술시장에 경매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져 화랑업계 우려도 적지 않다.

서울옥션은 최근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는 10월 강남 사옥을 오픈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달 초 홍콩에 마련한 전시장 SA+에는 개관전 ‘이우환+구사마’전이 한창이다. 1998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문을 연 국내 첫 경매사 서울옥션의 이 같은 새해 행보는 컬렉터 저변 확대, 해외 시장 강화 포석으로 해석이 된다.

20년간 이룬 서울옥션의 성적은 놀라울 정도다. 서울옥션은 2008년 아시아미술업계 최초로 홍콩시장에 진출했고, 코스닥에도 상장했다. 1999년 18억원의 낙찰액은 2015년 1081억원(최고기록)으로 58배 증가했다.

2005년 2호 경매사인 K옥션이 가세함에 따라 미술시장에서 경매의 위력은 욱일승천의 기세다. 2004년 102억원에 불과하던 미술품 경매시장 낙찰액은 2015년 2000억원에 육박했다.

양대 경매사의 독점은 심화되고 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2017년 현재 총 12개 경매사 중 서울옥션의 낙찰 총액 비중은 50%를 차지했다. 2위인 K옥션의 39%까지 합치면 양사 점유율은 89%다.

화랑들은 비대해지는 경매사에 불만을 토해내고 있다. 정부가 미술품 유통 선진화를 위해 추진했던 경매사와 화랑 겸업 금지는 현실론 때문에 없던 일이 됐다. 서울옥션은 가나아트갤러리가, K옥션은 갤러리현대가 세웠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12일 “경매와 화랑 겸업은 소더비 크리스티 등 해외 경매사에는 없다. 우리의 경우 겸업이 이미 구조적으로 공고화돼 현실적으로 분리가 어렵다”면서 “대신 불공정 행위를 규제함으로써 시장 발전을 꾀하겠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관련 갤러리 전속 작가의 작품 가격을 끌어올리거나 가격 급락을 방지하기 위한‘자기 경매 기법’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익 화랑협회 회장은 “미술시장이 10년이 넘도록 좋아지지 않고 있다. 상생의 의미에서 경매횟수를 줄였으면 한다. 메인 경매는 어쩔 수 없지만, 온라인 경매를 너무 자주하는 것은 1차 시장(화랑)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생존 작가, 3년 내 최근작 등은 경매를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최병식 경희대교수는 “1차 시장인 화랑이 제 역할을 못하면 2차 시장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미술시장의 구조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1차 시장의 구조를 보강하는데 정부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경매에 늘 나오는 작가만 나오는 것도 문제다. 국내 작가는 물론 해외 작가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그걸 원하고 입맛에 맞추다보니 작가군이 정체되는 측면이 있다”며 “새로운 작가군, 새로운 장르 개척과 확장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 교수는 “정보 공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매 후 리뷰를 통해 왜 최고가를 경신했는지 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해 대중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고 했다. 김윤섭 미술경영연구소장도 “큰 나무 밑에서는 잡목이 자랄 수 없다. 상생의 지혜와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서울옥션 최윤석 상무는 “시장 독점 논란이 있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서울옥션은 국내보다 해외 시장의 비중이 커졌다. 현재 해외시장이 65%를 점한다”며 “한국 작가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나오면 이는 국내 시장 전체에 선순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접근성이 떨어지는 평창동 사옥을 보완해 강남 신사옥이 가을에 문을 열면 아카데미 프로그램이 보다 다양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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