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의 사후약방문…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사 2곳 제재 기사의 사진
과징금 1억3400만원
전·현 임원 검찰 고발
제재 늦어도 너무 늦어
제때 보상 기회 날려

김상조, 誤判 규명 거부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개시 7년 만에 ‘가습기메이트’ 제조·판매사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제재를 가했다. 결과적으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전현직 임원까지 검찰에 고발했지만 빈약한 논리에 기반을 둔 ‘사후약방문’ 제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12일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인체 안전 관련 정보를 누락한 혐의 등으로 과징금 1억3400만원을 부과했다. 두 법인과 SK케미칼 김창근·홍지호 전 대표이사와 애경 안용찬·고광현 전 대표이사도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두 회사는 가습기메이트를 판매하면서 제품 라벨에 독성물질이 포함된 사실을 빠뜨렸다. 제품 라벨에는 “삼림욕 효과 및 아로마세러피 효과가 있다”는 표현을 통해 흡입 시 유익한 효과가 있다고 강조할 뿐 제품 유해성에 대한 정보는 없었다.

공정위는 지금까지 해당 제품 판매가 2011년 8월 31일까지 이뤄졌기 때문에 공소시효는 그로부터 5년 뒤인 2016년 8월 31일까지라는 논리를 폈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번 재조사에서 제품 1개가 2013년 4월 2일 지방의 한 소매점에서 판매한 기록을 찾았다. 이를 근거로 공소시효를 오는 4월까지 연장시켰다. 법원이 지방 소매점에서 단 1개의 제품이 판매된 증거만으로 공소시효 연장을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검찰 역시 두 달도 남지 않은 공소시효 내에 고발된 임원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공정위가 피해자로부터 처음 이 제품의 허위·과장광고 신고를 받은 것은 2011년 10월이다. 공정위는 그러나 이듬해 “인체 위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첫 번째 헛발질을 한 셈이다. 피해자는 이어 2016년 4월 새로운 증거를 보강해 재신고를 했다. 같은 제품의 허위·과장광고 사건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공정위는 재조사를 해야 했다. 하지만 2012년 무혐의 판정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기 싫었던 공정위는 재조사로 본부에서 조사해야 한다는 실무진 의견을 무시하고 신규사건으로 이를 다시 서울사무소에 배당했다. 같은 해 8월 있었던 소위원회 판단 역시 심의절차 종료라는 ‘면죄부’ 판결이었다. 공정위의 마지막 기회는 석 달 뒤 있었다. 당시 공정위 심판관리관실은 면죄부 판결 논리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지금이라도 재조사를 하면 공소시효가 연장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공정위 전원위원인회는 재심의 여부를 논의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런 세 번의 잘못으로 피해자들은 제때에 보상을 받을 기회를 날려버렸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막중한 소임을 제대로 못해 다시 한 번 통렬히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공정위의 그동안 잘못된 판단에 대한 외압 의혹 규명과 관련자 처벌 필요성에 대해서는 거부 의사를 밝혔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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