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 北-美 사이… 韓, 승부수는? 기사의 사진
北 “先 적대정책 철회”-美 “비핵화 표명부터” 평행선

대북 특사·고위급 회담 통해
비핵화 대화에 나설 수 있는
북한의 조건 확인한 뒤
美 설득 수순 방향 잡을 듯

일각선 미국이 핵 동결로
목표치 낮출 수 있다는 전망도


미국과 북한이 각각 내걸고 있는 대화의 조건을 보면 접점을 찾기가 어렵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을,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우리 정부의 과제다.

정부는 일단 대북 특사나 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설 수 있는 구체적인 조건을 확인한 뒤 미국을 설득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강경한 대북 기조를 북측에 전달하는 일도 정부 몫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대북 적대 정책 포기는 매우 포괄적이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폐지를 비롯해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지, 대북 제재 해제,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협상에 들어가면 단계별로 북측에 제공할 인센티브는 될 수 있겠지만 그 전에는 무엇 하나 손대기 어려운 것들이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결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대북 특사를 보내 북측에 ‘비핵화 없이는 정권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비핵화로 방향을 설정하되 속도는 유연하게 가자’는 정도로 설득하는 것 외에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5년 9·19 공동성명에서 모든 핵무기 포기를 공약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 들어 핵·경제 병진 노선을 대대적으로 추진, 지난해 말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은 비핵화를 피하려고 남북 대화를 활용한 측면이 있고 우리 정부 역시 그런 의도를 잘 알고 있다”며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서 눈을 떼지 말고 아주 정교하게 계산된 정책을 만들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대북 압박 기조는 완강하다. 대화 자체를 위해 북한에 양보했던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분명하다.

최근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귀국길에 ‘대북 압박 작전을 펼치는 와중에도 북한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를 미국의 입장 변화로 해석하는 것은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오히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언급했던 ‘대화를 위한 대화’, 일종의 의중 파악을 위한 탐색용 대화에 가깝다는 것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이 설사 적대 정책 철회의 신호를 보인다고 해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북한이 움직일지는 의문”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에선 미국보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물꼬를 틀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이 비핵화 목표치를 낮출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의 국가 이익은 일단 본토에 대한 공격 위험을 없애는 것”이라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막는 선에서 체면 있는 후퇴를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한반도 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핵을 가진 북한과의 관계 설정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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