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처가 12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현행법상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온 금융위원회는 뒤늦게 국세청 등 관계기관과 태스크포스(TF)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실명제 시행 당시 이 회장 차명계좌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실제 과징금 부과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제처는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 개설된 차명계좌 중 실명제 실시 이후 실제 돈의 주인이 밝혀진 계좌라면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는 유권해석을 금융위에 전달했다.

조준웅 특별검사는 2008년 위법성이 있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를 1021개 발견했다. 이 중 실명제 실시 이전 개설된 차명계좌는 20개다. 금융위는 지난달 차명계좌 20개가 과징금 부과대상인지 묻는 내용의 법령해석을 요청했다. 금융위는 타인 명의 계좌여도 실제 존재하는 사람 이름으로 돼 있다면 과징금 대상이 아니라고 해석해 왔다. 현행법상 실명제 실시 이후 개설된 1001개에 대한 과징금 징수 규정은 없다.

법제처 해석은 특검 등 수사에 따라 실제 주인(이 회장)이 발견됐으니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합당하다는 취지다.

이 회장이 전체 차명계좌에서 인출해간 돈은 약 4조4000억원이다. 차명계좌 20개는 개수는 적지만 이 계좌들에서 대부분 자금이 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징금은 문제가 된 계좌 자산의 50%가 부과된다.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총 액수가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다만 금융회사들이 당시 계좌 잔액 등의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실제 부과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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