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간 자금이체 거래를 기록하기에 블록체인 기술은 아직 못 미더웠다. 속도가 느리고 장애 시 복구가 어려웠다.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한 암호화폐(가상화폐)의 법정통화 인정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한국은행은 밝히고 있다.

한은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간 분산원장(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은행 간 자금이체 모의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한은은 국내 금융기관 간 자금이체, 콜 거래, 증권 대금, 외환매매 대금 등을 주고받는 ‘한은 금융망’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상위 5개 은행의 거래내역을 상정해 LG CNS의 도움을 받아 자금이체 데이터 9301건으로 모의 테스트를 실시했다. 적용 기술은 현재 국내 5대 은행이 참여한 국제금융 블록체인 컨소시엄 ‘R3CEV’의 프로그램이 사용됐다.

테스트 결과 블록체인보다 현재 금융망이 훨씬 빨랐다. 9301건의 지급 지시를 처리하는 데 현재 시스템이 9시간 걸렸고, 블록체인 기반 모의 시스템은 11시간33분이 걸렸다. 시스템이 고장날 경우 복구하는 방법은 현재 블록체인 기술에선 불가했다. 반면 보안성과 확장성은 양호했다. 다수의 분산된 거래 장부를 만들어 동시 기록하는 기술이 블록체인인 만큼 권한 없는 자의 접근을 차단하거나 참가 기관을 늘리는 데는 좋았다.

한은은 이번 테스트에 대해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다수의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염원과 달리 가상화폐의 법정통화 인정 가능성을 ‘제로(0)’라고 확인했다. 다만 지급결제 기술로서의 블록체인 연구는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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