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김부겸 장관 “안전무시가 재난 불러… 이제 정부가 나설 것” 기사의 사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안전 문제를 점검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다음 달 말까지 진행되는 '국가안전 대진단' 결과를 실명으로 남기게 했다며 규정과 제도가 현실에서 실행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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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긴급재난문자 보낼 때
구체적 행동요령함께 발송

수도권·지방 불균형 최고조
균형발전 중심 개편 공감
자치단체 수평적 분권도 중요

野도 개헌 국민요구 거부 못해
설 연휴 후 한국당안 나올 것
지방선거와 동시 투표 가능성

공무원 무사안일 의견 팽배
정부·공공기관 신뢰도 낮아
공공기관 채용비리 실태
청년들에게 심한 좌절감 줘

이달말 정부혁신 계획 발표
국민과 소통으로 신뢰 찾을 것

대구시장 불출마 생각 불변
설 지나면 상황 다 정리될 것

일본 도쿄대 국제도시안전공학센터는 대피시간이 10초만 더 확보돼도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90%까지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길지 않은 시간에 빠르게 대피 요령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행정안전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평상시 재난과 관련한 행동요령을 매뉴얼로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상황이 벌어졌을 때 국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민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진을 비롯한 재난·안전사고에 대한 매뉴얼은 다 존재하지만 재난마다 세세한 내용을 국민이 다 암기할 수는 없다"며 "당장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체득될 수 있도록 안전훈련을 하고 안전을 중요시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장관과의 일문일답.

대담=정승훈 사회2부장

-지난 11일 포항에서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했지만 7분이 지나서야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기상청에 지난해 말까지 긴급재난문자 시스템(CBS)을 넘겨주는 것으로 알고 민간 통신망 방어벽을 차단해놨다. 그런데 기상청에서 시스템을 연말까지 다 가져가지 못하면서 이 사이에 방심하게 된 것이다. 우리가 관리를 제대로 못한 거다. 자동으로 발송이 안 되니까 수동 전환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7분은 대수롭지 않은 시간이지만 재난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7분은 너무나 오랜 시간이다. 이미 상황이 끝났기 때문이다.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때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번 일로 많이 혼났다. 앞으로는 행동요령까지 포함시켜 국민들께 실질적인 도움을 드리려고 한다."

-제전 화재에 이어 최근 밀양까지 큰 화재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비용이나 불편을 감수하지 않고 규정을 지키지 않다보니 발생한 사고였다. 현장을 지킨 소회는 어떠한가.

"그동안 사람들이 안전에 관한 것을 비용이라고 여기다보니 이런 결과가 벌어졌다. 그걸 아끼겠다고 안전에 대한 시설이 미비해도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얼마나 혹독한가. 엄청난 비극이 발생했다. 경험을 해보지 않은 이들은 화재가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개인적인 경험을 돌이켜봐도 화재는 말 그대로 '화마'다. 지난 3일에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스프링클러와 방화셔터가 정상적으로 작동돼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는 안전관리 기본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5일부터 시작해 다음 달 말까지 진행되는 '국가안전 대진단'이 바로 안전을 다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형식적인 점검이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 발굴과 해결 기회가 돼야 한다. 많은 사람이 재난을 당하기 전까지는 '나는 당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재난은 특히 사회적 약자부터 공격한다. 얼마나 무서운 현실인가. 정부가 나서서 점검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줘야 하는 이유다."

-지난달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비전회의' 행사에서 지방분권을 두고 "절박한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왜 현 시점에서 지방분권을 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가 겪고 있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은 저출산·고령화, 청년실업, 양극화의 한계점에 와 있다. 이런 상황을 보고도 절박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지방에는 사람이 안 산다. 지방에 사람이 살 수 있도록 다양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정부의 의무다. 이제는 변화해야 할 시기가 됐다. 국민적 합의의 최종 결과물인 헌법에 '지방분권 공화국'을 명시해 국가 운영 틀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지방소득세 인상폭을 놓고 기획재정부는 재정분권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중앙집권적 발전 전략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중심으로 개편해 국가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기재부도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자체 간 빈익빈 부익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호 장치는 어떤 것이 있나.

"제대로 된 자치분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앙 권한의 수직적 분권 못지않게 자치단체의 수평적 분권도 중요하다. 여력이 없는 자치단체에도 분권의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재정분권도 같이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세원 불균형을 해소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재정 조정장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재정 여건이 좀 더 나은 자치단체가 재정이 열악한 자치단체들과 나누고 상생하겠다는 연대의식이 있어야만 실질적 재정 균형 실현이 가능하다. 지방교부세 균형 기능 강화, 지역상생발전기금 활용 등 여러 가지 재정 조정 장치들을 마련하고 있다."

-개헌 전망은 어떻게 보나.

"설 연휴가 끝나면 자유한국당이 자체 안을 낼 수밖에 없다고 본다. 끝까지 버틸 도리는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이 지역 곳곳에서 개헌과 관련한 입장에 대한 요구를 받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개헌 국민투표를 지방선거와 같이 할 수 있을지 못할지, 그 싸움만 남는 거다. 그렇게 되면 개헌안은 큰 가닥이 잡힐 것이다. 개헌안도, 시기도 결국 국회에서 타협을 할 것이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큰 사회적 합의니까 야당도 외면할 수는 없다고 본다. 6월 지방선거 때 권력구조 개편안을 지방분권과 함께 담는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정부 조직 혁신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데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나.

"정부와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아직 낮은 수준이다. 여전히 공무원들이 무사안일하다는 의견이 많고, 최근 공공기관 채용비리 실태가 드러나며 청년들에게 좌절과 절망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가 변화해야 하고 공무원이 혁신 주체가 되지 못하면 혁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달 말에는 '정부혁신 종합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이 동시에 혁신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그동안의 정부혁신과 다른 점은 공직사회에 대한 일방적 변화 요구가 아니라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신뢰하는 정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대구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아직도 확고한가.

"대구(시장)는 안 한다고 몇 번 이야기를 했는데(웃음)…. 다른 무엇보다 내가 선거 주무 장관이다. 신년사에서는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고쳐 매지 않겠다. 지역 방문 일정도 줄여가겠다'고도 밝혔다. 대구 수성구민들에게도 내가 출마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어렵게 당선시켜줬는데 그분들이 보기에는 내가 시장 하겠다고, 소위 조금 더 큰 떡을 먹겠다고 자신들을 쉽게 버리는 것 아니냐. 나와 그분들이 맺은 신뢰관계가 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 신뢰를 깨면서 하겠나. (출마하지 않겠다는 말을) 믿어주지 않으니까 답답하다(웃음). 설날 지나고 나면 상황이 다 정리될 것이다."

정리=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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