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 만두 빚으며 맞는 ‘따뜻한 첫 번째 설’

목사 가정에 입양된 탈북 자매의 설 준비

북한식 만두 빚으며 맞는 ‘따뜻한 첫 번째 설’ 기사의 사진
김성은 목사가 13일 충남 천안시 갈렙선교회 숙소에서 탈북 자매들과 만둣국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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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사흘 앞둔 13일 오전, 충남 천안시 서북구 갈렙선교회(대표 김성은 목사) 3층 조리실에는 만두 찌는 구수한 냄새가 가득했다. 지난해 구출된 탈북학생들과 서평교회(박에스더 목사) 성도들이 함께 북한식 만두를 빚으며 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성은 목사가 조리실에 들르자 한 탈북학생이 “아빠도 함께 만두 만드시죠”라고 채근했다.

지난해 김 목사의 도움으로 한국으로 온 세 자매는 국가정보원과 정착 지원시설 등을 거치며 제대로 설을 맞이한 적이 없었다.

자매들이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에 김 목사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만두피가 얇아야 맛있지”라고 대꾸했다. 김 목사는 10년 넘게 여러 명의 아동을 직접 구출했음에도 이들과 함께 가정을 이룰 수 없었다. 무연고 탈북 아동은 하나재단의 지정시설로 가야 하는 관행 때문이다.

최근에서야 법원이 세 자매의 후견인으로 김 목사의 아내인 박 에스더 목사를 지정했다. 무연고 탈북 미성년자가 시설이 아닌 개인의 가정에 함께하게 된 최초의 사례다.

자매들은 북한에서 살아남기 위해 11세 때부터 석탄 30∼50㎏을 지하갱도에서 지상으로 지고 날라야 했다. 중국에 가면 잘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2015년 탈북했으나 중국 국경지대에서 활동하는 인신매매범에게 속아 장기 적출을 당할 처지였다. 생사를 넘나드는 탈출 과정 속에 자매들은 자연스레 김 목사를 아빠라 부르게 됐다.

자매들은 갈렙선교회에서 김 목사와 여느 가족처럼 설 명절을 보낼 계획이다. 찾아갈 고향도, 찾아올 친지도 없기에 외로울 수 있지만 김 목사가 곁에서 울타리가 돼 줄 생각이다. TV를 통해 중계되는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방한 모습을 바라보며 자매들은 “북한 주민의 처지를 무시하고 남북 화해를 얘기하다니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한 탈북학생은 “북한 예술단이 예쁜 옷을 입고 남한을 찾아왔는데 정작 북한 주민들은 따뜻한 옷 한 벌 입기가 힘들다”며 “우리가 왜 살기 위해 갱도에 들어가야 했고 죽음을 무릅쓰고 탈북했는지 체험하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김 목사에게는 ‘철심 박은 목사’라는 별명이 있다. 2003년 겨울 탈북자에게 전해 줄 옷 80㎏을 들고 두만강 빙판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목에 철심 6개를 박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쓸개를 제거한 데다 자매들을 구출하다 허리를 다쳐 수술까지 받았다. 하루 먹는 알약 50개는 탈북자 530여명을 직간접적으로 구출한 영광의 상처다.

김 목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평교회 성도 가족을 포함한 탈북자 10명이 중국 선양에서 체포됐다. 그중 세 살 아이와 엄마가 강제 북송됐지만 올림픽에 쏠린 관심으로 쓸쓸히 잊혀져 갔다. 김 목사는 북송 직전 아이 엄마의 절규를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몇 년 새 탈북민을 지원하는 도움의 손길은 반 이상 줄었다. 김 목사의 탈북자 구출도 어려운 상황이다. 작은 탈북자 공동체인 서평교회가 감당하기에는 당장 자매들에게 입힐 교복 등을 준비하는 데도 벅차다. 김 목사는 “새 정권 들어 100명 넘는 탈북자가 강제 북송됐음에도 아무도 과거와 같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의 복음화와 선교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를 통한 사역과 성도들의 관심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갈렙선교회 연락처 041-575-5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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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글·사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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