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수첩’ 증거 능력… 그때그때 다르다? 기사의 사진
이재용 항소심 재판부와 달리
“정황증거로 사용되는 범위
내에서 증거능력 있다” 판단
李 상고심 전망도 불투명

최순실씨 1심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 자격)을 인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와는 다른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13일 국정농단 사건 선고공판에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용 수첩 63권에 대해 “정황증거로 사용되는 범위 내에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면담에서 나온 내용을 말 그대로 받아 적었다고 진술했다”며 “단독면담 후 안 전 수석에게 대화 내용을 불러줘 이를 수첩에 받아 적은 것은 박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이 부회장) 사이의 대화 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간접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이 수첩은 안 전 수석이 청와대 재직 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전달 사항을 받아 적은 업무수첩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016년 11월과 지난해 1월, 5월 등 세 차례 수첩 63권을 압수했다. ‘사초(史草)’ 또는 ‘종범실록’이라고 불릴 만큼 상세한 기록이 담겨 있는 이 수첩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등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활용됐다. 앞서 같은 재판부는 최씨 조카 장시호씨의 ‘영재센터 삼성 후원 강요 사건’, 광고감독 차은택씨의 ‘광고사 지분 강탈’ 사건 1심 재판에서 안종범 수첩을 증거로 인정했다.

지난해 8월 25일 이 부회장 1심 선고공판에서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안 전 수석의 수첩은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내용,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대화 내용 등을 인정할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능력과 가치를 갖는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지난 5일 선고공판에서 안 전 수석이 전해들은 내용일 뿐이어서 간접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며 이 수첩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 공소사실과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에 있는 최씨 재판에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이 다시 인정되면서 이 부회장의 상고심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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