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나의 고향교회] “예수님의 사랑 알게해 준 믿음의 모판”

(中) 보성여고 교목 김혜경 목사(서울 종로구 명륜교회)

[아련한 나의 고향교회] “예수님의 사랑 알게해 준 믿음의 모판” 기사의 사진
김혜경 목사가 12일 서울 종로구 보성여고 교목실에서 학생들의 사진이 있는 명부를 보며 기도하고 있다. 김 목사는 자신의 생애 첫 교회인 명륜교회에서 만났던 선생님이 베푼 사랑을 기억하며 학생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신현가 인턴기자
공무원이신 아버지의 전근으로 온 가족이 대구에서 경기도 수원으로 이사했을 때 부모님은 오빠와 나를 서울로 유학을 보냈다.

당시 열한 살이던 나는 오빠와 서울 외할머니 집에서 지내게 됐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신 할머니는 우리 남매를 당신이 다니시는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박세덕 목사)에 데려가셨다. 내 생애 첫 교회였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당시 교회학교 아동부에서 날 담당하셨던 여선생님이다. 그분에 대한 느낌은 한마디로 ‘따뜻함’이다. 늘 웃는 얼굴로 맞아 주셨고 학교생활은 잘하는지 힘든 일은 없는지 물어보고 챙겨주셨다. 당시 부모님과 떨어져 있었기에 특히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컸다. 다행히 그 선생님의 돌봄 덕에 애정 결핍을 경험하지 않았다.

당시 목사님과 선생님을 통해 ‘예수님이 나를 위해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고 다시 살아나심으로 내 죄가 사함 받았다는 것’ ‘하나님은 당신께 진심으로 기도하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신앙생활의 기초를 배우고 기독교가 사랑의 종교라는 것을 체득했다. 명륜교회는 내게 신앙의 뿌리를 내리게 한 영적 고향인 셈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이사 온 뒤 부모님은 학업에 매진할 것을 요구하시며 교회 나가는 것을 금하셨다. 청소년 시기 나는 주님을 떠났다.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삶의 목표였다. 열심히 공부에 매진해 명문 경기여고에 진학했다.

당시 친구들 중에는 기독교를 욕하는 이들이 많았다. 마음이 메말랐던 나는 그들에 동조하기도 했다. 그러다 고3이 됐고 힘든 수험생활이 이어졌다. 주변의 기대에 심한 압박을 느꼈고 한계에 부닥쳐 좌절하기도 했다. 그때 어릴 적 교회에서의 좋은 기억이 떠올랐다. 꽤 오랜 기간 교회에 나가지 않았고 심지어 하나님을 욕하던 나였기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의지할 곳이 하나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 제가 너무 염치없는 것 알지만 부디 제 기도를 들어주세요. 제 길을 인도해주십시오.” 그렇게 눈물로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마음을 다잡았고 대학에 진학했다. 마음을 다해 기도하면 하나님이 돌아보신다는 것을 어릴 적 교회에서 배웠다.

다시 하나님을 만났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등에서 활동도 하며 신앙을 키워갔다.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나는 졸업 후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었다. 그러나 당시 서울 시내 학교에 불어 교사 자리는 꽉 차 있었다. 진로를 놓고 하나님께 길을 열어달라고 기도했다.

부모님 의견에 따라 적성에 맞지 않는 대기업 사무직에 지원했다. 출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학교 교수님께서 미션스쿨인 서울 종로구 보성여고에 교사 자리가 났으니 지원해 보라고 연락해 오셨다. 교장 선생님은 내 이력서를 보시고는 갑자기 “하나님을 믿느냐”고 물으셨다. “하나님 믿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바로 합격했다.

수업시간마다 성경 한 구절씩을 불어로 번역해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등 복음을 전하는 일에도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16년간 교사로 일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것으로 만족하지 않으시고 나를 당신의 말씀을 전할 목회자로 부르셨다. 학교에 양해를 구하고 1998년 장로회신학대 신대원 진학 후 목사안수를 받았다. 이후 교목으로 보성여중을 거쳐 현재 보성여고에서 재직 중이다.

“기독교를 싫어한다”며 나를 경계하는 학생도 있다. 속상하지 않다. 나도 그랬기 때문이다. 마음을 여는 건 하나님이 하신다. 나는 그저 사랑으로 아이들을 보듬으면 된다. 내 신앙의 모판인 명륜교회에서 만났던 그 선생님처럼 말이다. 설이 다가오니 돌아가신 할머니와 함께 다녔던, 내게 예수님에 대한 첫사랑을 알려준 고향과도 같은 명륜교회가 더 생각난다.

정리=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김혜경 목사 약력=1958년 대구 출생, 경기여고·이화여대 불문과·장로회신학대 신대원 졸업, 보성여고 교사, 현재 보성여고 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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