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3마리도 뇌물” 李 항소심과 판단 달라 기사의 사진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최순실·이재용 판결 비교해보니

李 항소심 재판부처럼
경영권 승계 청탁은 인정 안해
미르·K재단 204억 뇌물 무죄

마필 실질 소유권자 최씨로 봐
뇌물액 72억원으로 늘어

“안종범 수첩 증거능력 있다”
李 항소심과 정반대 결론

이경재 변호사 항소 뜻 밝혀

‘비선실세’ 최순실씨를 427일간 심리해 온 재판부는 국정농단 사건의 책임이 최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국정농단 범행의 죄책이 대단히 무겁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농단 사건을 ‘기획 사건’으로 주장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선고 중간 고통을 호소하며 잠시 법정을 빠져나가기도 했던 최씨는 징역 20년이 선고되는 순간에는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었다.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에서 최씨는 검찰이 징역 25년을 구형하자 비명을 지르고, 최후진술 당시 오열하기도 했었다.



이재용 항소심과 비교하면…

이날 판결의 최대 관심사는 최씨 재판부가 삼성 승마지원 등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는지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포괄적 현안으로서 삼성 경영권 승계를 인정하고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봤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5일 이를 뒤집고 경영권 승계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그 결과 뇌물액이 대폭 줄었다. 72억여원에서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여원만 뇌물로 인정됐다.

최씨 재판부도 경영권 승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정청탁 대상으로서 승계작업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고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개별현안에 대한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데 포괄현안에 대한 청탁이 있었다고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 항소심 논리대로다. 이에 따라 삼성이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에 대한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 직권남용·강요의 점만 유죄로 인정됐다.

그러나 마필 소유권에 대해서는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가 아닌 1심 재판부와 판단을 같이했다. 살시도 등 고급 마필 3마리에 대한 소유권이 형식적으로는 삼성에 있었지만 실질적 권한은 최씨에게 있다고 봤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의 문자메시지, 관련자 진술 등을 근거로 마필과 보험료 등 36억9543만원도 뇌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삼성으로부터 받은 72억원 상당은 실질적으로 최씨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못 박았다. 삼성에서 뇌물로 받은 고급 마필이 대외에 드러날 것을 우려해 이른바 ‘말 세탁’을 한 혐의(범죄수익은닉)도 유죄로 인정됐다.

선고 직후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가혹할 정도의 중형을 선고했다”며 “각 재판부마다 판단이 달라 항소심이나 대법원에 가서 이와 같은 현상이 정리되길 바란다”고 항소할 뜻을 밝혔다.



안종범 수첩도 정황증거로 인정

최씨 재판부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용 수첩 63권에 대해 “정황증거로 사용되는 범위 내에서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항소심 결론과 정반대다.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면담에서 나온 내용을 말 그대로 받아 적었다고 진술했다”며 “수첩에 기재된 내용은 박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자 사이의 대화 내용을 추단할 수 있는 간접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검찰과 특검은 안 전 수석의 수첩을 ‘사초(史草)’에 빗대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혐의 등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로 내세웠다. 이 부회장 1심 재판부도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지시한 내용,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대화 내용 등을 인정할 간접사실에 대한 증거능력과 가치를 갖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 항소심 재판부는 “안 전 수석이 전해들은 내용일 뿐이어서 간접증거로도 사용할 수 없다”며 이 수첩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최씨 재판부는 앞서 조카 장시호씨의 ‘영재센터 삼성 후원 강요 사건’, 광고감독 차은택씨의 ‘광고사 지분 강탈’ 사건 1심 재판에서 안 전 수석 수첩을 증거로 인정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는 최씨의 포레카 강요미수, SK 추가 출연 요구 혐의 등을 판단하는 데 안 전 수석 수첩을 근거로 들기도 했다. 이 부회장 공소사실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관계에 있는 최씨 재판에서 안 전 수석 수첩의 증거능력이 다시 인정되면서 이 부회장의 상고심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