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오르면 뭐하나… 설 코앞인데 월급 구경 못해”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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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임 年 12만건 넘어 비상

2년 연속 13만건으로 늘어
5건 중 1건은 사법처리
중견·공기업서도 다반사
휴일수당·퇴직금 안줘
“업주 인식 개선 급해”

전북 전주시에서 중소기업 A사를 운영 중인 이모씨는 상습적으로 근로자 임금을 체불하다가 고용 당국에 적발됐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씨는 201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42명의 근로자에게 임금과 퇴직금 등 총 3억6000여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근로기준법과 퇴직급여보장법을 위반한 것이다. 설을 앞두고도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과 달리 이씨의 생활은 윤택했다. 고가의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 법인카드를 마음대로 사용했다. 이씨는 가족·친지를 회사 직원으로 허위 등재한 뒤 임금 명목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려 유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저임금이 올 들어 16.4% 인상된 후 첫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부 근로자들의 지갑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인상은커녕 아예 임금조차 못 받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고용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임금체불로 신고된 사업장 수는 연평균 12만건이 넘는다. 2013년만 해도 10만8034곳이었던 임금체불 사업장 수는 2016년 13만3546곳으로 부쩍 늘었다. 지난해도 13만996곳으로 2년 연속 13만건을 넘어섰다. 특히 신고가 접수된 사업장 5곳 중 1곳은 사법처리 대상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2016년에 사법처리가 확정된 임금체불 사업장 수는 2만9150곳으로 전체 신고 사업장 중 21.8%를 차지했다.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들에게 정부가 일정액을 대신 지급하는 체당금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에만 3724억2100만원의 체당금이 지급됐다. 2013년만 해도 2239억2000만원이었던 체당금 규모는 4년 사이 39.8%나 증가했다. 일한 만큼 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속출하면서 정부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공기업이나 중견기업에서도 임금체불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고용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한국마사회 근로감독 결과를 보면 총 1억원 이상 임금을 근로자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줘야 할 수당을 적게 지급하거나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게 원인이다. 지난해 5월에 발표한 유명 게임업체 12곳 근로감독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휴일 가산수당과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통상임금을 적게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고용부가 집계한 12개 게임업체 전체의 임금체불 규모는 44억3000만원에 달한다. 임금을 제대로 못 받은 이들은 1581명이나 됐다.

매년 12만건 이상의 임금체불 신고가 이어지는 원인으로는 사업주의 인식이 꼽힌다. 고용부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임금체불을 중대범죄로 인식하기 때문에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앞서 기초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권혁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임금체불은 생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중대한 문제”라며 “임금은 꼭 줘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 확립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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