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이들 세뱃돈과 부모님 용돈으로 빳빳한 새 지폐를 준비하던 관행에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우선 한국은행의 설 직전 화폐 공급액이 지난해보다 줄었다. 이번 연휴는 화폐 수요가 몰리는 월말이 아닌 영향이 있지만, 모바일 간편송금과 상품권이 신권을 대체하는 경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한은은 설 직전 10영업일(2월 1∼14일) 동안 은행 등 금융기관에 공급한 화폐가 5조17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865억원(7.0%) 줄었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엔 설 연휴가 1월 27∼30일이고 그 직전에 월급날(25일)이 있어서 화폐 수요가 더 많았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올해는 2월 중순에 설 연휴가 있어 상대적으로 화폐 수요가 적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경기가 확 풀리지도 않았고, 연휴 기간이 짧다는 점도 화폐 공급이 줄어든 데에 영향을 미친다.

주요 은행들은 신권을 찾는 사람들이 예년보다 줄고 있는 점은 감지된다고 말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설 추석 등 명절을 맞아 점포에 배치되는 신권은 거의 자동으로 배정되는 수준”이라며 “다만 예전엔 1인당 50만원 식으로 신권 교환 제한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신권의 공급은 비슷한데 수요가 줄었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모바일 송금이 쓰기 쉽게 진화하면서 연로하신 분들도 ‘농협 계좌로 보내줘’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모바일 간편송금 성장세는 폭발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간편송금 하루 평균 이용 실적은 98만건에 480억원으로 불과 3개월 전인 2분기와 견주어 각각 66.6%와 74.0% 급증했다. 모바일 상품권 역시 지난해 1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다만 도농(都農) 간 온도차가 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점포별로 신권 교환 기간을 정해 며칠 동안 새 돈으로 바꿔주는데, 아직은 하루 만에 교환 물량이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새 돈이 나간 만큼 명절 때 바쁜 건 자동입출금기(ATM)다. 연휴 기간엔 금세 입금액이 꽉 차 한두 차례 비워줘야 할 정도다. 이 관계자는 “고향의 부모님이 자식에게 받은 용돈을 새 돈 순서 그대로 입금해 ATM을 열어보면 일련번호를 맞춰 정돈할 수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세뱃돈과 용돈을 유치하기 위한 은행들 특판 전략도 모바일에서 촉발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14∼19일 단 6일 동안 모바일로 정기적금에 가입하면 최고 연 3.0% 금리를 선사하는 설맞이 이벤트를 시작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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