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맞아 민족대이동이 시작됐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고향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통상 가족과 친척, 친구들이 모이면 다양한 주제들이 밥상머리에 오른다. 자녀 교육과 부모님 건강부터 가상화폐와 부동산 등 최근 이슈까지 총망라될 것이다. 지역과 세대, 이념이 어우러지는 자리다. 지난해 5월 출범한 문재인정부 9개월을 평가하고,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의 흐름을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정치권은 아전인수식이 아닌 민심을 제대로 듣고, 향후 정책에 적극 반영하는 작업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번 설에는 예년과 다른 이슈가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만들어낸 남북 화해 국면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정상회담까지 제안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위기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 민심은 엇갈린다. 남북 관계 진전 기대와 함께 한·미동맹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평창 화해 무드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미국이 서로를 향해 여전히 으르렁대고 있는 점은 섣부른 낙관론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엇갈리는 민심은 문재인정부에겐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다. 문 대통령의 말처럼 국내외 여건을 조성해 나가는 게 우선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설 민심을 경청하는 작업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 이를 바탕으로 모처럼 조성된 남북화해 국면을 이어가야 한다. ‘평창’ 이후 북·미 간 대결 국면이 다시 조성된다면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다. 서둘러선 안 되겠지만 여건이 조성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정부가 견지해야 할 원칙은 비핵화다. 특사든 고위급 회담이든 북한과의 접촉에서 최소한 추가 핵·미사일 실험 중단 수준의 약속을 받아내야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 남북 관계 진전에 대해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관계국들에 자세히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대북 국제공조와 한·미동맹의 틀을 확고히 유지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북 특사에 앞서 대미 특사를 먼저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정치권은 설 연휴 이후 최소한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는 문제에 대해선 진정성을 가지고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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