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강주화] ‘미투’ 선언 기사의 사진
지난 세기를 강타한 대표적 문서 중 하나는 ‘공산당 선언’이다. 1848년 2월 20일 영국 런던에서 처음 인쇄된 이 선언문은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거닐고 있다-공산당이라는 유령이’라는 말로 시작된다.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사회주의 혁명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론적 강령을 제공하기 위해 쓴 것이었다. 초판 23쪽에 불과한 소책자였지만 이 선언이 전파된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쿠바 등 곳곳에서 사회 체제를 뒤흔들었고 자본주의 국가 안에서도 이념 갈등과 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지금 소셜 미디어를 통해 들불처럼 번지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 선언들도 후일 공산당 선언 못지않은 역사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미투 운동은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데서 시작돼 영국 프랑스 중국 등 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달 말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이어졌고 얼마 뒤엔 최영미 시인의 성추행 폭로 시 ‘괴물’이 화제가 되면서 문화계로 번졌다. 최근엔 연극연출가 이윤택의 성추행이 SNS에서 고발돼 여론이 들끓고 있다. 작은 미투 선언이 모여 큰 미투 선언의 물결을 이루고 나아가 전 세계에 미투 혁명을 이미 만들어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회주의 혁명의 기운 앞에 자본가 등 기득권층이 움츠러든 것처럼 우월적 권력과 왜곡된 성 의식에 젖어 살았던 많은 남성들은 어떤 두려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미투라는 유령이 눈앞에 나타나는 공포. 파급 효과가 지구적이라는 점에서 미투 선언의 영향력을 공산당 선언에 견주고 싶다.

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공산당 선언은 계급이라는 집단 정체성에 호소해 세력을 확장하고 국가 단위의 변혁을 목표로 했다. 반면 미투 선언은 한 여성이 일상에서 입는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개별적 행위로 나타난다. 또 파급 효과는 공감과 연대의 방식으로 커진다. 피해자의 목소리에 다른 여성이 공감하거나 성폭력을 추가로 폭로하기 때문이다.

공산당 선언은 이렇게 끝난다. ‘프롤레타리아가 혁명으로 잃은 것은 쇠사슬이오. 얻을 것은 전 세계이다. 만국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지금 누군가 공산당 선언을 패러디한 미투 선언문을 쓴다면 이렇게 맺어도 좋을 듯하다. ‘여성들이 미투 운동으로 잃을 것은 성적 억압의 굴레요. 얻을 것은 삶의 모든 자유다. 만국의 여성이여 단결하라!’

강주화 차장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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