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칼럼] 보수와 중도의 선거전략 기사의 사진
현재의 지방선거 국면은 집권세력이
꽃놀이패를 쥔 것과 마찬가지

중도와 보수 야당이 당 대 당, 후보 대 후보 연대
통해 선거구도에 변화 주지 못하면 결과는 뻔해

스포츠와 선거, 전쟁에 이르기까지 이기는 전략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적과 동지를 잘 구별해야 한다. 동지를 적으로 돌려세우고 적을 동지로 오인하는 일이 가장 위험하다. 둘째, 승부를 둘러싼 조건과 역학 관계에 대한 형세 판단을 잘해야 한다. 바둑에서는 선 형세 판단, 후 수 읽기라 한다. 형세를 가늠해야 어떤 수를 쓸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판을 주도할 방책과 기술이 있어야 한다. 즉, 전술이 탁월해야 한다.

본격적 지방선거 국면에 들어선 지금 한국 정치는 울렁증에 시달린다. 탄핵 이후 보수와 진보의 균형이 깨진 탓이다. 권력의 ‘닥치고 공격’은 우파를 그로기로 몰고 있다. 기댈 언덕이 되지 못하는 보수정당이 멀미를 더 심화시킨다. 형세도 어두운데 보수와 중도보수는 분열돼 있다. 집권세력의 입장에서 보면 꽃놀이패를 쥔 형국이다.

흔히 선거는 구도와 바람, 인물이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구도다. 물론 바람이 태풍이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러나 집권 1년 차에 지지율도 높은 정권에 반한 태풍을 기대하긴 어렵다. 더구나 지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큰 약점을 안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확장력의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국회의원 수는 약 네 배지만, 수도권 지지율은 바른 미래당보다 못하다. 젊은 세대가 마음을 주려야 줄 수 없을 정도로 메시지와 정치행태가 구태의연하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보수 진보 양쪽에서 배신자 프레임에 걸려 있고, 핵심 지지층이 없다. 특히 여전한 지역주의 아래서 지역 기반의 취약성은 한 명만 독식하는 선거에서는 치명적이다.

3파전일 때 공동의 강적에 대해 이등 삼등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둘 중 하나다. 하나는 이등 삼등끼리 피 터지게 싸워 그중 하나가 사실상 궤멸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실상 일등과 1대 1 구도를 만들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이등과 삼등이 연대해서 일등과 맞서는 것이다. 삼국지에서 오의 노숙이 개발하고 촉의 제갈량이 실천한 삼분지계의 지혜다. 삼분지계의 1단계 전략이 독자세력화를 꾀하는 것이라면 2단계 전략은 강적인 위에 대해 촉과 오가 연대해 강력히 맞서는 것이다. 적벽대전의 대승이 그래서 가능했다.

바른미래당이 창당된 것은 삼분지계로 보면 1단계가 구축된 것이다. 바른미래당은 태풍이 불길 바라지만 당의 면면이 ‘신상품’이 아니라 ‘재고품’이기 때문에 그건 무리다. 또 ‘국민의당’일 때는 호남과 중도좌파에 정체성을 두고 있었다면 지금은 중도우파에 정체성을 두고 있기 때문에 한국당과 제로섬 게임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할까? 하나의 전략은 지방선거의 목표를 민주당에 대한 승리보다는 자유한국당의 참패에 두는 것이다. 그러면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중도와 보수의 새 집을 지을 수밖에 없고 거기서 주도권을 잡는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것은 ‘패배주의 발상’이고 ‘폭망’하면 바른미래당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 전략의 위험이 크다면 다른 방법은 자유한국당과 선거 연대를 모색하는 것이다. 당 대 당 연대가 어렵다면 후보별 연대라도 문을 터줘야 한다. 과정은 논란이 많고 힘들지만 검토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자유한국당의 입장에서도 바른미래당을 주저앉힐 묘안이 없다면 연대를 고민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보수의 중심을 꿰차고 중도보수까지 결집하려 했다면 훨씬 더 투철한 혁신과 지혜로운 리더십을 발휘했어야 했다. 지금의 리더십과 당 체질로는 지난 대선에서 얻었던 표, 딱 거기까지가 한계로 보인다. 젖은 성냥에는 불이 붙지 않는다. 수도권에서 바른미래당보다 낮은 지지율과 분열된 구도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영남 일부를 지킨다 하더라도 지방선거의 참패는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선거에서 1대 1 구도를 만들기 위한 연대 전략은 자유한국당에 더 절실하다.

하지만 자의식이 강한 양당의 리더들은 ‘이기는 전략’보다는 ‘자존심을 지키는 전략’을 선호하는 듯 보인다. 여러 전쟁의 역사에는 장수가 체면을 앞세우다 전쟁에 져 결국 자신의 군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사례가 더미로 쌓여 있다. 그런 함정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폭망한 보수’의 잿더미 위에서 새 집 짓기가 가능할까? 지방권력까지 좌파가 장악하면 파상적 공세에 우파가 지리멸렬해지는 시나리오가 더 눈에 들어온다. 입맛에 맞는 음식만 찾으면 승리할 전략이 나오지 않는다. 선거 구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지금의 여론 추이보다 더 중요하다. 이런 스토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지방선거의 결과는 보나마나다.

박형준(동아대 교수·전 국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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