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고승욱] 블랙 팬서의 자갈치 아지매 기사의 사진
설 극장가의 승자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블랙 팬서다. 연휴에만 246만명을 동원했다. 지난 14일 개봉했는데 19일 현재 누적관객수 3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블랙 팬서의 무대는 아프리카다. 그런데 러닝타임 135분 중 부산 장면이 20여분이다. 자갈치 시장 아지매의 진한 사투리와 여주인공의 어색한 한국말이 재미를 더한다. 심야 자동차 추격 장면에 나오는 광안대교는 압권이다. 블랙 팬서의 고향 와칸다의 스카이라인은 해운대 마린시티 고층 빌딩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재구성해 만들었다. 와칸다 곳곳에 숨은 부산의 랜드마크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MCU가 부산을 택한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마블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가 예외 없이 한국에서 흥행에 대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한국을 유별나게 사랑하는 사람이 제작진 중에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제작비 지원 사업이 한몫했을 것이다. KOFIC은 2011년부터 해외 영화사가 국내에서 촬영을 할 경우 로케이션 비용의 20%를 지원하고 있다. MCU는 지난해 3월 부산 촬영 비용이 69억여원이라고 신고했다. 블랙 팬서 전체 제작비 2억 달러에 비하면 적은 돈이다. 그래도 엔딩 크레딧에는 KOFIC 로고가 선명하다.

많은 사람이 프로도 효과를 이야기한다. 프로도는 영화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이다. 영화 촬영지 뉴질랜드가 로케이션 직접 수익 2억5000만 달러, 관광 수입 36억 달러를 챙긴 것을 빗댄 신조어다. 미국 HBO 방송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촬영한 크로아티아, 영화 아바타를 촬영한 중국 장가계도 엄청난 관광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반대하는 의견도 거세다. KOFIC은 대부분 사업비를 영화 입장권에서 3%씩 떼는 부담금으로 충당한다. 영화 한 번 보는데 300원 안팎이지만 연 500억원 규모다. 해외 영화사에 주는 인센티브는 관광진흥개발기금에서 나오는데, 이 기금 역시 우리가 출국할 때 항공권에 얹어 내는 출국납부금을 중요한 수입원으로 한다.

부담금은 세금이 아닌데도 세금처럼 거둔다. 법에 근거해 정부가 엄격하게 감시하지만 곳곳에서 제대로 쓰고 있느냐는 불만이 거세다. 이들 기금이 부담금으로 충당되는 것이 원칙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영화발전기금은 지금도 문화계 블랙리스트 후유증을 앓고 있다. 블랙 팬서의 화려한 액션 뒤에 숨겨진 우리만의 이야기다.

고승욱 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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