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전정희] 이산가족 라이언 기사의 사진
다섯 살에 길을 잃고 고아가 됐던 아이는 25년 만에 집으로 돌아갔다. 설 연휴 기간인 17일 밤 EBS TV 영화 ‘라이언’은 주말의 영화 그 이상의 메시지를 안겨주었다. 다섯 살 사루(라이언이라는 의미) 역의 서니 파와르의 선한 눈망울, 그를 입양한 호주 양모 역의 니콜 키드먼의 내면 연기가 감동을 더했다. 실화가 바탕이다.

인도 오지에서 돌을 깨는 노동으로 살아가는 홀어머니를 둔 사루 형제. 그런 형제는 어느 날 어머니를 조금이라도 돕기 위해 돈 벌러 나갔다가 기차역에서 헤어지고 만다. “금방 올 테니 플랫폼에서 잠깐 기다려” 하고 떠난 형이 오랜 시간 돌아오지 않자 사루는 빈 기차에 올라 밤이슬을 피한다. 잠깐 졸던 사이 기차는 수백㎞ 떨어진 콜카타에 도착하고 사루의 모진 인생이 시작된다.

유괴 등의 고비를 넘긴 사루는 부랑아가 되어 고아원에 넘겨진다. 그 고아원은 마치 이문열의 소설 ‘변경’이 묘사하는 6·25전쟁 직후의 한국 고아원과 같은 슬픔이다. 다행히도 사루는 호주 중산층 양부모에게 입양돼 ‘천국의 삶’을 산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간 사루는 형과 헤어졌던, 급수탑이 있던 기차역과 돌산 노역을 하던 어머니를 잊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형과 어머니가 평생 나를 찾으며 살 텐데 어떻게 그들을 포기할 수 있어.” 사루는 연인 루시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기억의 조각을 편집해 가족을 찾아 나선다.

6·25전쟁으로 68년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이들이 있다. 그 긴 세월 동안 대개는 고향땅을 밟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했다. 남은 이들이 6만여명이다. 80대가 주를 이룬다. 1985년 이후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만난 이들은 1만8800여명에 지나지 않다.

도대체 말이 되는가. 남극 세종과학기지 대원들과 영상통화를 하고, 파푸아뉴기니 옛 식인 마을에 들어간 선교사가 선교 편지를 온라인으로 보내고, 구글어스로 집 앞 쓰레기통 위치까지 확인하는 시대에 생사를 모르는 가족이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있다니….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북측 특사와 응원단이 남한에 왔다.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졌고 잠깐의 시간이 지나자 서로가 자연스러운 행동을 보였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상봉을 재추진한다고 밝혔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한국의 문제를 넘어선다. 유엔 등이 인류애 차원에서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 이산의 아픔을 안고 죽어간 이들…. 생각할수록 비참한 민족이다.

전정희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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