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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최원기] 전방위적인 대미 통상외교 강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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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트럼프 정부의 통상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자국 기업 피해를 들어 지난번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세이프가드 조치를 내린 데 이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도 거의 사문화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국가안보’를 이유로 고율의 관세와 수입물량 제한 조치를 저울질하고 있다. 추후에 또 다른 국내 논리를 들어 우리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에도 보호무역 조치를 시행한다면 우리 경제는 치명상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재협상이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폐기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가히 대미 통상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철강 수입규제안은 철강수입품 전체에 대해 최소 24%의 관세부과, 중국과 한국 등 12개국에만 53% 관세부과, 국가별 철강 수출 물량을 2017년의 63%로 제한하는 방안 등 세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두 번째 안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소수의 특정 국가들만 겨냥하고 있어 시행된다면 대미 철강 수출기업들의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보복 조치는 미국에 저가 철강 제품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중국이 과잉 생산된 철강 제품을 덤핑으로 수출하는 ‘불공정’ 무역관행을 지속해 왔고, 이제는 더 이상 이를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방위산업과 직결돼 있는 철강생산을 중국과 같은 ‘잠재적 적국’에 맡겨둘 수 없고, 유사시를 대비해 국내 철강 산업의 가동률을 80% 정도로 올리기 위해서는 이런 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우리나라가 왜 이번 무역보복 조치의 대상에 포함됐나?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산 철강제품의 최대 수입국이다. 우리 기업들이 값싼 중국산 철강제품을 수입·가공해 미국에 들여오는 핵심적 우회수출 통로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에 대한 강한 부정적 인식도 영향이 크다. 지난 13일 백악관 무역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를 유난히 많이 언급하면서 ‘나쁜’ 무역협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또한 철강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통해 한·미 FTA 재협상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장사꾼’ 트럼프의 계산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보복조치가 일회성 사안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의 대미 주요 수출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점증하는 미국의 통상 보호주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첫째, 우선은 미국의 구체적 조치의 추이를 봐 가면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확립된 국제 통상규범에 입각한 가용한 수단을 활용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미국이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WTO 제소가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현재의 국제통상체제에서 WTO 제도만큼 가장 현실적이고 정당성이 있는 장치도 없다.

둘째, 미국 의회 및 통상당국과 전방위적인 통상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단순히 당국자들 간의 형식적 만남이 아니라 통상현안에 대해 실질적인 논의를 통해 미 정부의 속내와 입장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미국 핵심 통상 담당자들과 대화할 수 있는 대통령 대미 ‘통상특사’ 파견도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미국 최고위 통상 당국자와 긴밀히 협의할 수 있는 상시적인 고위급 통상채널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그동안 우리는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식적’ 통상관을 갖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겠지 하는 너무 안일한 인식을 해오지 않았나 반성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치로 구체화된 미국의 강경한 보호주의적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등 핵심 통상 관료들은 물론이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민주, 공화 양당 의원들도 공유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에 대한 입장에 대한 제대로 된 현실인식과 실질적 대응이 절실하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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