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No WiFi 기사의 사진
무료 와이파이(WiFi)가 제공되면서 카페를 사무실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루 종일은 아니더라도 몇 시간씩 앉아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보거나 여러 잡다한 일들을 처리한다. 아예 그런 사람들을 위해 카페 공간을 적절히 꾸며놓은 곳도 많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으나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곳이 흔치 않았던 십여년 전에 미국의 스타벅스는 무료로 와이파이를 제공했다. 넓고 쾌적한 공간에 커피 한 잔 마시며 맘껏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쓸 수 있어서 상당히 인기가 있었다. 카페에 들어가지 않고 바로 앞에 죽치고 앉아 노트북을 보거나, 서성거리며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검색하는 와이파이 공짜족도 적지 않았다.

변화가 생겼다. 최근 유럽이나 미국의 일부 카페 입구에 ‘No WiFi’라고 써 붙인 곳이 늘어가고 있단다. 와이파이를 아예 끊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활용할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카페는 사람끼리 대화하고 수다 떨고 서로 교감하는 곳이지 일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카페를 카페답게’ 이게 운영 방침이자 업주들의 경영 철학인 셈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런던이나 뉴욕, LA 등의 카페 중에는 충전하지 못하게 아예 콘센트를 없애버린 곳도 있다고 한다. 와이파이 암호를 두 시간마다 바꾸는 카페도 있는데 이유가 재미있다. 암호를 알려면 옆사람이나 종업원에게 물어봐야 한다. 서로 말하는 관계를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이런 카페들에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지만 오히려 매출이 늘어난 곳이 많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공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뜻일 거다.

우리 주변에서도 인터넷에 올리는 음식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는 식당, 미슐랭의 맛집 평가를 거부한 셰프나 식당 주인, ‘좋아요’가 싫은 용감한 맛집 경영자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뭔 일만 생기면 떼 지어 낙인찍고, 근거도 없이 단정 짓는 행위, 일부 인터넷 여론의 가벼움, 남의 평가와 비교, 이런 것들에 질려서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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