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이지현] 인정 중독 기사의 사진
많은 사람이 죽기 전에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타인의 시선이나 기대에 맞추는 ‘가짜 삶’을 사느라,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누리는 ‘진짜 삶’에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이다. 좋은 평판을 듣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심지어 분노의 감정을 억눌러 마음의 병을 얻기도 한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길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삶의 전부가 될 때 문제가 된다. 심리학자들은 타인에게 ‘괜찮은 사람’ ‘유능한 사람’이란 말을 들어야 비로소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안심한다면 문제라고 말한다. 또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아 우울하다면 ‘인정(認定) 중독’을 의심하라고 말한다. 이들은 매사에 완벽해야 비난과 따돌림 그리고 수치심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 자신에게 가혹할 정도로 완벽을 요구한다.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엇 브레이커 박사는 ‘남을 기쁘게 해주기라는 병’(The disease to please)에서 인정 중독에 잘 빠지는 성격유형을 분리불안 성격, 완벽주의 성격, 자기희생적 성격, 분노 억제형 성격으로 구분했다. ‘분리불안 성격’은 누군가에게 지속적인 지지를 받고 연결돼 있기를 원한다. 타인에게 미움을 받거나 거절당하면 매우 불안하다. ‘완벽주의 성격’은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인정받지 못하면 심한 수치심을 느끼며 우울해진다. ‘자기희생적 성격’은 나의 욕구보다 주변 사람의 욕구를 항상 우선시한다. ‘분노억제형 성격’은 타인과 충돌이 일어날까 걱정하며 충돌을 피하려고 희생도 감수한다. 4가지 심리유형은 서로 연결돼 나타나기도 한다.

문제는 인정을 받아도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정에 대해 배고픔은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타인의 반응과 인정에 지나치게 얽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박적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적 환경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살인적인 학업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고, 졸업 후 직장에 들어가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가혹한 사회적 압력을 받는다고 누구나 인정 중독에 빠지지 않는다. 낮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이 인정 중독에 빠진다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건강한 자존감이란 완벽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서도 자랑스러운 감정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를 위해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도, 의견을 그대로 표현해도 비난받거나 처벌받지 않는 새로운 관계의 경험이 필요하다. 친구, 가족, 직장동료, 상담가 등 누군가 한 명에게라도 완벽하지 않아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느껴질 때 내적 힘이 쌓인다. 타인의 공격으로 자존감에 큰 상처를 받았을 때 누군가 한 사람은 변함없이 자신을 위로해주고 존중해주면 자존감은 회복된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가더라도 시작하면 된다.

이런 만남이 충분히 내면화되면 마음에 건강한 거울이 생겨난다. ‘완벽하지 않아도 이만하면 괜찮아’라는 감정을 가질 수 있다. 비로소 내 곁에 위로자가 없어도 ‘이만하면 충분해’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그토록 내면을 괴롭힌 ‘넌 원래 그것 밖에 안 돼’ ‘왜 그렇게 못났어’로 느껴진 타인의 시선은 다름 아닌 자신의 시선이다.

용기의 심리학자로 불리는 알프레드 아들러는 타인의 인정을 얻기 위한 인정욕구를 과감히 포기하라고 말한다. 내가 아무리 잘 보이려고 애써도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니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를 다시 좋아하는 것도 그 사람의 과제일 뿐이라는 얘기다. 인간관계에서 내 영역이 아닌 부분은 과감히 내려놓을 줄 아는 용기, 그것이 아들러가 말하는 ‘미움 받을 용기’이다.

가장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 나를 존중하고 사랑해주자. 하나님이 자신의 형상대로 지으신 우리 자신을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하자. 자신을 돌보는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남이 기대하는 모습으로 살기보다 내가 만족하고 즐거울 수 있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타인의 요구가 내키지 않을 때는 ‘아니요’라고 말해보자.

이지현 종교기획부 선임기자 jeeh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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