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묘의 아이돌 열전] 90년대 10년만을 위한 ‘아이돌시대’ 막 연 ‘H.O.T.'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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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10대의 대변자’ 자처… 곡 내용 두서없고 파격적
기성세대 적극 배제했지만 2000년대 이후 아이돌은 사실상 성인문화로 편입돼
최근 ‘무한도전’ 통해 재결성 5명 완전체 무대 뜻 깊어


지난 17일과 24일 MBC ‘무한도전’은 H.O.T.의 재결성 무대를 다뤘다. ‘무한도전’이 곧잘 그렇듯 ‘30∼40대 남성이 뭔가에 도전한다’는 형태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빠진 멤버 없이 5명 모두가 모여 한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겐 더할 수 없이 뜻 깊었다.

H.O.T.는 한국 아이돌 산업의 시작으로 일컬어진다. 10대에게 사랑받은 젊은 아티스트는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기획사가 트레이닝하고 전략적으로 구성하고 기획하여 데뷔한 것은 H.O.T.가 최초로 간주된다. 이 사업 모델은 1996년 데뷔곡 ‘전사의 후예’와 함께 이미 성공을 입증했다. 그리고 아이돌 시대의 막을 활짝 열어 보였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것은 H.O.T.가 10대만을 겨냥한 음악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학교 폭력이나 교육 제도 등의 소재를 적극적으로 가져온 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빈자리에서 ‘10대의 대변자’를 자처하겠다면 누구라도 할 법한 일이었다. 또 기성세대가 써준 가사를 노래했다는 점에서 평가절하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H.O.T.의 차별화 전략은 곡 내용에서 드러났다. 가사는 두서없이 횡설수설했다. 그러나 드문드문 귀에 박히는 가사들은 과장되고 과격하며 선언적이었다. 사랑 노래인지 이별 노래인지 모호한 ‘캔디’는 시시각각 변하며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매우 거칠게 담았다. 시각적, 청각적으로 귀여운 연출이 이와 맞물려 즐길 거리도 가득했다. 무엇보다 친숙하고도 시원하게 “단지 널 사랑해” 하며 후렴이 터질 때면 모든 것을 잊고 사랑에 빠지는 듯했다. 그런 벅차는 마음 앞에서 가사의 부조리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곡들이었다.

90년대는 10대라는 ‘취향’이 등장한 시기였다. 과거 모든 세대가 ‘국민가수’의 노래를 함께 즐겼다면, 이제는 10대만이 열광하는 음악이 등장할 차례였다. H.O.T.의 음악은 기성 가요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뭐든지 쏟아 붓는 식으로 이뤄졌다. 당시 한국에서 풀뿌리처럼 싹을 틔우고 있던 힙합, 세계적으로 미래의 혼종처럼 여겨지던 랩 메탈, 소수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던 일본의 비주얼 록 등이 그래서 한 곳에 뒤엉켰다. 거칠게 이어 붙여진 음악은 덜컹거렸다. 그러나 ‘열맞춰’와 ‘아이야’처럼 그것이 역동적인 구성으로 이어지면서 팬들의 뜨거운 열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렇듯 H.O.T.가 제시한 ‘아이돌상’은 10대의 새로운 감수성만을 노리고 기성세대를 적극적으로 배제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쩌면 이들의 계산보다 우리 사회는 새로운 문물을 따라잡고자 하는 욕망이 강했다. 기성세대는 이해할 수 없는 취향을 가진 팬들을 ‘빠순이’라 매도하기도 했지만 또한 시대의 흐름을 어떻게든 흡수하고 받아들였다. 2000년대 이후 아이돌은 사실상 성인문화로 편입되었다. 지금 30대가 여전히 아이돌 팬으로 남아있지 않다면 추억이란 이름만으로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3’(토토가3)의 파급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H.O.T.가 특별한 것은 짧지만 한때 10대만을 위한 아이돌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무한도전’에서 ‘아저씨’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그래서 아쉽지만 과거를 배반한 것만은 아닐지 모른다. 이들로 시작된 아이돌 그 자체가, 20여년의 세월 동안 스스로 변해왔기 때문이다.

미묘<대중음악평론가·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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