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조영태] 자동차 시장변화도 GM 위기 요인이다 기사의 사진
지난주 전북 군산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서해바다와 새만금 간척지를 목전에 두고 있는 군산은 뭘 해도 성공할 수밖에 없는 천혜(天惠) 그리고 인혜(人惠)의 지리적 위치에 놓여 있다. 그런데 군산에 들어서는 순간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GM 군산공장 폐쇄를 비판하는 현수막들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곳에서 일하거나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약 1만3000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이 실직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군산지역 고용의 22%에 달하는 규모다.

GM이 군산공장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완전 철수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30만명의 일자리와 관련이 되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 해결을 돕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GM 측은 고비용의 근로자 임금 구조와 해외 공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을 들고 있고, 근로자 측은 GM의 부실한 기업 경영을 들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든 정부는 대규모 실직 사태가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일자리 상황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중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주에 산업은행의 GM 군산공장에 대한 재무실사가 시작되면 이를 토대로 정부의 긴급자금 투입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일을 단순히 GM 군산공장만의 문제로 봐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근로자들의 고임금 구조 그리고 부실 경영 모두 GM 군산공장의 내부에서 발생한 요소들인데, 정말로 이번 일이 이 두 가지 내부 요소들에 의해서만 생겨난 일일까. 우리는 이번 일에서 매우 중요한, 외부에서 발생한 요소를 간과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봐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자동차 시장의 변화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시장은 1990년대부터 급속히 성장해 왔다. 당시 1955년부터 1964년까지 태어난 1차 베이비부머들이 30대가 되어 처음 자가용을 구매했다. 당시 1차 베이비부머들은 한 연령에 80만명 이상이 있었고, 높은 관세율로 수입차가 매우 비쌌기 때문에 국산차 시장은 매년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2000년대 국산 자동차 시장은 더욱 커졌다. 40대에 들어선 1차 베이비부머들이 중대형 승용차로 갈아탔고, 30대에 들어선 2차 베이비부머(1965∼1974년생)들이 소형 자동차 시장에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2차 베이비부머의 크기는 1차 베이비부머들보다도 컸다. 2010년 이후 1차 베이비부머들은 50대가, 2차 베이비부머들은 40대가 되어 구매력이 더욱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국산 자동차 판매의 성장세는 크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높아진 구매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진 관세율과 합쳐지면서 국산차보다는 수입차 구매를 촉진시켰기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이러한 경향이 더욱 커지면서 국산차 시장이 축소되었는데, 그렇지 않아도 인지도가 낮은 GM의 시장점유율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바로 GM 군산공장의 외부에서 발생한 요소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상당수는 내수용이 아니라 수출용이기 때문에 국산차의 해외 시장에서의 위상 변화 역시 반드시 고려돼야 하는 외부 요인이다. 당연히 시장 변화인 외부 요소와 부실 경영과 고임금 구조인 내부 요소는 독립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변화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이번 문제를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 전반의 맥락에서 접근해야지 절대로 GM 군산공장만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떠한 자동차 시장 변화를 고려해야 하는가. 최소한 내수 자동차 시장이 기술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인구 변동에 따른 소비자들의 크기 및 성향이 향후 20년간 어떻게 바뀌게 될지 예측하고, 이를 반영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인구학자인 필자가 앞으로의 인구 변동에 따른 소비자 변화를 예측할 때 2020년대가 되면 1차 베이비부머는 거의 은퇴하기 때문에 자동차 시장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빠져나간다. 2차 베이비부머는 50대로 구매력이 지금보다 더 커져 오히려 수입차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 뒤를 따라오는 지금의 20대와 30대는 기본적으로 인구의 크기가 작고, 수입차 선호도가 이전 세대보다 훨씬 클 것이다. 거기에 기술 진보까지 더해지면 10년 후 자동차 시장은 지금과는 질적으로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GM 군산공장의 해법은 이러한 자동차 시장의 맥락 변화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고 그 여파는 GM을 넘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 전반에까지 미치게 될 것이다. 정부의 현명한 해결을 기대한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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