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현출] 개헌은 촛불민심의 완성 기사의 사진
평창 동계올림픽에 가려 주요 국정 어젠다가 길을 잃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권은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올 지방선거에서 촛불민심을 받드는 개헌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대응은 더디고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개헌은 왜 필요한가. 첫째, 촛불혁명은 개헌을 통해 제도적으로 완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혁명은 새로운 시대정신을 새로운 헌법에 담아냄으로써 완성됐다. 미국이 독립전쟁 이후 근대헌법을 제정하는 과정이나 프랑스가 혁명 이후 새로운 헌법을 제정하는 과정이 모두 이를 말해준다. 2016∼17년 촛불민심이 표출한 개혁 요구를 새로운 헌법에 담아내야 촛불혁명이 완성될 수 있다. 둘째, 지난 30여년간 국내외의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이 급변해 기존 헌법 체제 하에서 개별 법률 개정이나 제도 보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어 헌법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는 점이다.

개헌의 쟁점은 무엇인가. 1987년 개헌이 졸속으로 이뤄져 전반적인 헌법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견해에는 상당수가 동의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동안 한국 정치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제왕적 대통령제로 알려진 현 권력구조에 대한 개혁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라고 할 것이다. 지난 촛불혁명의 주장은 분권과 협치로 요약할 수 있다. 권력구조 측면에서 분권과 협치의 제도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가 이번 개헌의 핵심 과제임에 틀림없다. 정부 형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두고 여권은 대통령 4년 중임제, 야권은 분권형 대통령제로 알려진 이원정부제 형태를 선호하는 듯하다.

분권형 대통령제안은 기존의 대통령제로는 분권과 협치를 현실화시킬 수 없기 때문에 행정권을 대통령과 국회에서 선출되는 총리에게로 나누자는 안이다. 분권의 방법을 두고 대통령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주자는 대통령 중심형 분권과 총리에게 보다 많은 권한을 주자는 총리중심형 분권으로 견해가 나뉘고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안과 분권형 대통령제안을 두고 합의를 모색할 경우 현실적으로 제도 간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운 대통령중심형 분권형을 두고 논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주장하는 경우 국민 직선으로 뽑히는 대통령이 의회에서 선출되는 총리보다 권한이 지나치게 축소돼 정통성의 원리에 어긋날 수 있다는 문제점과 내치, 외치를 구분하는 데 문제가 있어 대통령제를 주장하는 논자들의 동의를 받기가 어렵다는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대통령중심형 분권제(이원정부제)에서 대통령 권한으로 기존 논의된 외교, 통일, 국방에 더해 기획재정 분야를 맡도록 하는 안을 제안한다. 기획재정 분야를 대통령에게 맡기게 되면 대통령과 총리 간의 권한 불균형 문제와 내치, 외치 구분을 둘러싼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며, 아울러 이러한 권한을 단계적으로 교차시켜 대통령과 총리 간 협치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어떻게 하면 개헌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개헌을 이루려면 반드시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의석 분포상 여야 간 대타협 없이는 개헌을 이룰 수 없다. 대타협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논의의 지형을 크게 좁혀야 한다. 개헌 논의가 확산될수록 합의에 도달하기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문 총강에 자유민주주의냐 민주주의냐를 두고 이념 논쟁이 격화되고 있고, 기본권에 양성평등이냐 성평등이냐를 두고 종교적 정체성 논쟁으로 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개헌은 일부 기본권, 정부 형태, 지방분권 등 공감대가 높고 합의 가능한 대안에 집중하는 것이 전략이 돼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논의의 주체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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