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라동철] 윤이상의 귀향 기사의 사진
독일 베를린 가토 공원묘지에 잠들어 있던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95)의 유해가 지난 25일 고향인 통영으로 돌아왔다. 임시 안치된 유해는 2018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일인 오는 30일 통영국제음악당 인근 언덕에 안장될 예정이다. ‘죽으면 통영 바다의 파도소리가 들리는 곳에 묻히고 싶다’던 바람이 뒤늦게나마 이뤄지게 된 것이다.

귀향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967년 동백림(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복역하다 특별 석방돼 69년 내쫒기듯 고국을 떠난 지 49년, 타계한 지 23년 만이다. 귀향길을 막은 건 친북 논란을 부른 전력이었다. 동백림 사건은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가 단순 대북접촉과 동조행위인데 간첩죄를 무리하게 적용해 사건의 외연과 범죄사실을 확대·과장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독일로 돌아간 후 행적이 문제였다. 71년 독일 국적을 취득했다고는 해도 북한을 추가 방문하며 음악적 교류를 해 온 것이 논란을 키웠다. 85년 재독 경제학자 오길남씨에게 월북을 권유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친북 인사란 낙인이 찍혀 귀국길이 막혔다.

유해 송환은 타계 후 영주 귀국한 부인(91)이 베를린시에 요청하고 통영시와 외교부가 힘을 보태 성사됐지만 또 다른 갈등을 낳고 있다. 유해가 도착한 날 통영에서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송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고인은 유럽의 평론가들이 ‘20세기의 중요 작곡가 56인’ ‘유럽에 현존하는 5대 작곡가’로 선정한 거장이다. 통영국제음악재단도 이를 높이 사 그의 이름을 내건 국제음악콩쿠르를 매년 열고 있다. 생가 터에 조성된 윤이상 기념공원과 기념관, 윤이상 거리, 그의 명성에 어깨를 기댄 통영국제음악제는 통영의 중요한 문화·관광 자산으로 자리를 잡았다. 통영 앞바다 사진을 벽에 붙여 놓고 고향을 그리워했다는 윤이상. 어찌보면 그도 남북 분단의 희생자다.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그의 뒤늦은 귀향을 차분하게 지켜봐 줄 수는 없는 걸까.

라동철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