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당구 열풍과 ‘겐세이’ 논란 기사의 사진
퇴근 후 어쩌다 회사 부근 당구장을 찾는다. 저녁 식사를 하고 가면 빈자리가 없는 경우가 많다. 수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당구 열풍이 여실히 확인된다. 당구는 이제 공인받는 레저스포츠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 LG유플러스가 최연소 국내 랭킹 1위였던 김행직을 2016년부터 후원했고 중고교 6곳에 당구부가 생길 정도로 저변이 확대됐다. 한국당구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현재 당구장 수는 2만1980곳으로 PC방을 훨씬 앞질렀고 동호인은 1200만명으로 추정됐다. 오래전 학생 때 당구를 처음 접할 때 애를 먹었다. 무엇보다 당구 게임에 쓰이는 모든 용어가 일본어여서 낯설었다. 당구 전문 케이블TV 중계를 보면 모두 우리말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때 익혔던 일본어가 익숙하다.

지난달 27일 국회 상임위에서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설전을 벌이면서 일본말 ‘겐세이’를 사용한 것이 논란을 낳고 있다. ‘견제’란 뜻의 이 말은 당구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용어의 하나다. 상대방이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의미다. 당구를 칠 줄 아는 사람이면 귀에 쏙 들어온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본어 한 마디가 구설에 오른 것은 발언 시점이 3·1절 직전이라는 시기적 부적절성과 함께 평소 거친 언행이 잦았던 이 의원의 처신 때문인 듯하다. 그의 앞뒤를 재지 않는 무차별 발언은 유명하다. 품격 있는 언사를 썼던 인사라면 받지 않았을 비난까지 얹혀 매를 맞는 모양새다. 정치인과 말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낄 수 있는 사례다.

정치는 말로 시작해 말로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정치인이 말에 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을 잘한다는 것이 화려한 수사와 현란한 기교에 능통하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 정치 수준에서는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가릴 정도만 돼도 평균 이상은 된다. 정치권에 험한 말이 너무 많이 나다닌다. 구체적으로 지칭하지 않더라도 특정 정치인 몇몇이 떠오른다. 거친 말은 상대에게 보이지 않는 칼을 휘두르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들은 그 말의 칼에 결국 자기가 베인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정진영 논설위원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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