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산책] 옛 가로등, 작품이 되다 기사의 사진
크리스 버든 ‘Urban Light’. 2008. LA 카운티 미술관
‘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도심 윌셔대로에 수백 개의 가로등이 열과 오를 맞춰 서있는 것을 말이다. 저녁 무렵 이 거리를 지나쳤다면 “와, 가로등이 숲을 이뤘네”라고 탄성을 질렀을지도 모른다. 1920∼30년대 만들어진 옛 가로등 202개로 설치미술을 완성한 작가는 크리스 버든(1946∼2015)이다. 보스턴 출신으로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한 버든은 LA 일대에 세워졌다가 용도폐기된 가로등을 수년간 수집해 새로운 미술을 탄생시켰다.

버든은 “처음 빈티지 가로등을 발견한 것은 11살짜리 맥스였다. 2000년 어느 날 큐레이터 폴 쉼멜과 벼룩시장을 찾았는데 폴의 아들 맥스가 한구석에 널브러져 있던 가로등을 찾아냈다. 그 형태에 반해 800달러씩에 2개를 사와 스튜디오에 설치했다. 은은한 조명이 참 좋았다. 이후 빈티지 가로등이 나왔다고 하면 어디든 달려갔다. 그 녀석 덕에 이 작업이 나왔다”고 했다.

버든의 ‘Urban Light’는 LA 카운티미술관(LACMA)의 요청으로 2008년 미술관 부지에 세워졌다. 그리고 올해 설치 10주년을 맞아 백열등이 모두 LED 전구로 교체됐다. 전구를 교체한 비용은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이끄는 환경재단이 후원했다. 재단은 “전기료도 절감(90%)하고, 환경도 보호하게 됐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여러 도시의 밤을 환하게 밝혔던 옛 가로등들은 LA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돼 현대예술의 무한한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지면 작품 주변으로 데이트족과 관광객이 몰려든다. 인증샷 찍는 소리가 이어진다. 찰칵, 그 소리는 현대미술은 이제 ‘발견의 예술’임을 일깨우는 소리다.

이영란 미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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