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차은영] 휘뚜루마뚜루 경제정책 기사의 사진
미국의 실업률이 17년 만에 가장 낮은 4.1%까지 떨어져 잠재실업률을 하회하기에 이르렀다. 작년 중국은 구직자 1인당 일자리가 1.22개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고, 일본도 실업이 감소하면서 일손 품귀현상까지 경험할 정도로 고용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성장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세계경제의 회복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금 상승 속도가 빨라진다면 본격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압박이 높아지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월 초 미 노동부는 1월 시간당 임금이 전년 동월 대비 2.9%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으로 연내 높은 강도의 금리 인상을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발작은 세계 금융시장에 각성효과를 초래하면서 그동안 의문시되던 물가 상승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 경제는 세계적인 경제 붐에 쫓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정부의 강력한 일자리정책 의지에도 불구하고 작년 청년실업률이 통계 작성 후 가장 높은 9.9%를 나타냈다. 아마도 체감청년실업률은 훨씬 높을 것이다. 가까운 일본에서 일자리가 있어도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하는 청년 구인난 소식에 일본어학원이 다시 붐빈다고 한다.

갈수록 거세지는 미·중의 통상압력과 원화 강세는 수출기업들의 실적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 14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상환 능력을 개선하지 못한 채 세금을 이용한 탕감은 여전히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남아 있다. 시장 개입과 기업을 옥죄는 규제하에서 발 빠른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공격적 금리 인상이 실현된다면 금리 역전현상과 급속한 자금 유출이라는 한국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경고보다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가 훨씬 더 가파르게 진행될 수도 있다.

자칫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경제정책은 그 방향을 알 수가 없다. 그동안 보여준 정책의 혼선은 어떤 빅픽처를 갖고 있는지 의아하게 만든다. 경제정책이란 현 경제 상태를 개선하려는 의도와 실행전략이 있어야 하고 비용이 최소화돼야 함에도 이제까지 보여준 정책들은 결정과정, 실행계획, 그리고 결과에 이르기까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산을 오르면 보는 풍광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산 아래서 보던 것들과는 다른 차원의 정보를 얻게 되고 그에 따른 재량적 판단이 요구된다.

다양한 의견과 소통을 전제로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한 분석과 그 결과에 대한 정확한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실행돼야 하는 것이 경제정책이다. 어떤 경제정책이라도 많은 국민의 삶에 큰 변화를 초래하지 않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고용, 부동산시장 규제, 가상화폐, 에너지 정책 등 많은 정책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부작용이 양산됐고 그 비용이 이익을 상회하게 되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 와중에 보여준 정책의 혼선과 위기 대응능력의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명분에 집착해서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더 큰 후유증이 따라오게 마련이다. 실업 악화에 물가대란까지 온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게 될 수도 있다. 한국 경제의 장기적 패러다임에 대한 현실적 성찰과 함께 펀더멘털이 강해지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의 디테일이 전면 재조정돼야 한다. 하루빨리 빅브러더의 환상에서 탈피해 경제주체들의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이용한 정책으로 추구하는 바를 달성하도록 해야 한다.

우선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를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 부서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설득과 협조를 통한 정치한 정책이 필요하고, 이것은 정치논리를 배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고집불통 정부의 휘뚜루마뚜루 정책이 아니라 유연한 정부의 일관된 경제정책이어야 한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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