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펫 밟은 임신부… 태어날 아이와 축복 파티

매년 6월 ‘베이비샤워’ 여는 부평 갈보리교회

레드카펫 밟은 임신부… 태어날 아이와 축복 파티 기사의 사진
‘베이비샤워’ 참석자들이 지난해 6월 10일 부평 갈보리교회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갈보리교회 제공
“이렇게 큰 축하를 받아도 되나 싶어 놀랐어요.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A씨·32·임신 3개월 차)

“배 속 아이에게 편지를 읽어주는데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어요. 첫 출산이라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큰 용기를 얻었어요.”(B씨·31·임신 9개월 차)

지난해 6월 인천 부평 갈보리교회(신재국 목사)를 찾은 임신부들의 고백이다. 이들이 참여한 프로그램은 교회가 마련한 ‘베이비샤워(Baby shower)’. 태어날 아이를 축복하고 예비 엄마들을 격려하기 위한 파티로 북미와 유럽 국가에선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엔 아직 생소한 베이비샤워를 이 교회에 도입한 이는 신재국 목사의 사모 김복씨다. 그는 3년 전 미국에서 생활하는 딸을 만나러 갔다가 교회에서 임신부 한 사람을 위해 성대하게 파티를 열고 축복하는 모습을 보고 입국하자마자 채비에 나섰다.

“당시에도 우리나라 저출산 문제가 심각했고 전도의 문은 점점 닫혀가고 있었어요. 베이비샤워를 시도하면 지역사회에 생기를 불어넣고 교회의 문턱도 낮출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죠.”

지난 5일 서울에서 만난 김씨는 준비팀을 꾸려 500여개의 초대장을 손수 제작하고 지역 내 산부인과, 산후조리원, 백화점 문화센터 등 젊은 임산부들이 자주 찾는 곳에 들고 나갔다. 그리곤 축하인사를 전하면서 임신과 출산은 축복받을 만한 일이며 축하와 유익한 정보를 나눌 수 있는 파티를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처음엔 파티 장소가 교회라는 사실에 거부감을 표출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 목적이 전도가 아니라 ‘진정한 축하’에 있음을 알게 되면서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다”고 회상했다.

갈보리교회의 베이비샤워는 행사장 입장부터 특별하다. 참석자들이 영화제를 연상시키는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장해 포토존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준비된 자리에 앉으면 고급 레스토랑처럼 말끔히 차려입은 직원들이 코스요리를 대접한다. 식사를 마친 뒤엔 전문 강사의 설명을 따라 신생아 목욕에 유용한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을 하고 레크리에이션을 통해 선물을 받는다. 유모차, 카시트, 아기 목욕용품 등 선물이 전달될 때마다 장내에 함박웃음이 퍼진다.

베이비샤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아이에게 편지쓰기’다. 미래에 태어날 아이, 품에 안은 신생아에게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고 한 사람씩 읽어주는 동안 예비 엄마는 물론 함께 온 예비 아빠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김씨는 “첫해엔 참석자가 20여명에 그쳤는데 지난해엔 임산부와 가족까지 100여명이 함께했다”며 “대다수가 신앙이 없거나 교회를 떠난 지 오래된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올해 세번째 행사는 구청장을 초청해 베이비샤워의 의미를 소개하고 지역 내 출산장려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목사는 “지역사회를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을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라며 “조건 없는 사랑과 헌신이 곧 교회의 힘”이라고 말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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