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통독의 외교력과 남북 정상회담 기사의 사진
독일 통일은 50년 가까운 작업의 결과다. 2차대전 패전 후 콘라트 아데나워 정권은 유럽(특히 프랑스) 미국 등 서방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최우선 목표로 했다. 정상국가로 가기 위해서다. 아데나워의 서방 정책은 주효했고, 이를 위해 프랑스에 많은 경제적 양보를 했다. 1969년 뒤를 이은 빌리 브란트 정권은 동방정책을 편다. 브란트는 동독에 20개 사단 40여만명을 주둔시킨 소련이 통일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 모든 외교 자산을 소련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헬싱키 프로세스가 탄생하고, 90년대 동유럽 민주화의 단초를 제공한다. 이를 이어받은 헬무트 콜 총리가 통일 정책을 완수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와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은 통독을 격렬히 반대했다. 콜은 미국 조지 부시 대통령을 움직여 이들을 설득, 결국 통독을 이뤄낸다. 참 어렵고 험한 과정이었다.

대북 특사단이 엊그제 북한에서 갖고 온 괜찮은 뉴스들은 남북 관계와 한반도 주변 분위기를 일시에 바꿔놓을 수도 있는 내용들이다. 전쟁 운운했던 두 달 전 분위기와는 확실히 다른 국면이다. 게다가 남북 간 논의 내용을 미·중·일·러에 설명할 예정이니 제법 한반도 운전자론이 먹혀들어갈 것이란 희망도 가질 법하다. 다른 분위기는 또 있다. 예전 같으면 남북 정상회담 같은 획기적인 진전이 있으면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호들갑이 좀 있었을 텐데 이젠 그렇지 않다. 평창올림픽에서도 확인됐듯 북한을 보는 태도와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이다.

사실 남북 대화가 잘되면 주변 강대국들은 긴장하거나 떨떠름해한다. 한반도 내에서 무슨 얘기가 오가는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통제 범위 밖에서 벌어지는 행동은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남북 정상회담은 단지 남북 간 문제가 아니다. 우리 외교력은 정상회담이 주변 강국에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 충분히 이해시킬 준비가 돼 있는가.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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