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신학자’ 요더의 성범죄는 어떻게 치리됐나

야수의 송곳니를 뽑다/존 D 로스 편집/김복기 옮김/대장간

‘두 얼굴의 신학자’ 요더의 성범죄는 어떻게 치리됐나 기사의 사진
메노나이트 신학자 존 하워드 요더의 성추행 사건은 ‘미투 운동’(#MeToo)으로 뜨거운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일보DB,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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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는 ‘미투 운동’(#MeToo)은 한국교회와 크리스천에게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목회자를 포함해 소위 ‘권력을 가진 자’들의 성적 억압과 착취, 그리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들을 교회는, 크리스천은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강렬한 제목의 책 ‘야수의 송곳니를 뽑다’는 기독교윤리학자이자 평화신학자로 유명한 존 하워드 요더의 사례를 통해 이 같은 질문을 확장하고 답을 찾는 기회를 제공한다.

메노나이트는 16세기 아나뱁티스트(재세례파) 지도자였던 메노 사이먼스의 추종자들이 설립한 교단이다. 유아세례를 반대하고 초대교회의 순수성과 열정의 회복을 꿈꿨던 급진적 종교개혁자들이다. 특히 아나뱁티스트들은 전통적인 평화교회를 지향하며,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위한 ‘회복적 정의’를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런 교단에서조차 신학자의 성폭력 문제는 20년 가까이 묵인되고, 제대로 처리되지 못했다.

요더는 1972년 저서 ‘예수의 정치학’을 발표하면서 교단은 물론 미국 신학계,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막강한 영향력과 지위를 이용해 잘못된 길을 걷기 시작한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자매 된 이들이 어디까지 친밀감을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한 것이다. 그는 신학적 윤리적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포장했지만 명백한 성폭력이었다. 당시 그가 재직하던 미국 인디애나주 고센 성경신학대학원과 메노나이트 관련 기관에서 만난 여성들이 대상이었다.

당시 마를린 밀러 고센 성경신학대학원 총장은 이 사실을 인지했지만 즉각 요더를 처벌하지 않았다. 밀러 역시 요더와 오랫동안 사제 관계에 있었을뿐더러, 학교라는 조직을 더 걱정했기 때문이다. 밀러는 피해자 보호 대신 이를 외부에 발설하지 않은 채 요더와의 개인적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애썼다. 하지만 1984년 요더가 학생을 가르치던 노트르담대에서도 여학생을 성추행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에야 비로소 요더를 고센 성경신학대학원에서 내보내게 된다.

제대로 공개, 처리되지 않으면서 요더 주변엔 추측만 난무했다. 1992년 피해 여성들이 직접 나서기에 이른다. 당시 피해 여성들은 요더의 성폭력을 고발하고 나섰다. 교단에서는 존 하워드 요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요더의 목회 자격을 박탈했다. 놀라운 사실은 조사 과정에서 요더가 자신의 성적 행위는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성범죄라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피해 여성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사과를 내놓지 않았다.

사건 발생부터 이후 이 문제를 처리하는 신학교와 교단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있다.

이러한 내용은 2015년 미국 ‘메노나이트 계간지’ 특집호에 실려 충격을 던졌다. 당시 특집호에는 요더 사건에 대한 자세한 고발과 더불어 교회가 피해자 회복을 돕기 위해 해야 할 일, 신체적·감정적 폭력과 성추행 등으로 상처 입은 이들을 위한 용서·화해의 신학에 대한 논문 등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 특집호를 한국어로 번역해 책을 낸 것은 캐나다 메노나이트 소속 선교사로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를 섬기는 김복기 총무다. 그는 역자 서문을 통해 과거 요더의 ‘교회, 그 몸의 정치’, ‘그리스도의 충만함’을 한국어로 번역한 점에서 일말의 책임감을 느꼈다고 고백하고 있다. 요더의 성범죄가 낱낱이 드러난 뒤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요더의 신학적 성취와 그의 저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논란이 있었다.

김 총무는 아울러 “한국사회가 성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고 약자들의 피해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고, 누구도 기꺼이 상황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음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는 “한 신학자의 사례에서 그가 속했던 학교, 교회, 지인들이 어떻게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이러한 성폭력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는 책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속한 공동체와 성폭력 피해자들을 먼저 생각하며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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