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트럼프와 김정은의 트레이드 오프 기사의 사진
세상만사 이해상충인데 좋은 것만 갖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퇴근 후 짧은 시간 동안 책을 볼 건지, 다음날 편하기 위해 잔무를 처리할 건지, 친구들과 술 한 잔 할 건지, 가족과 함께할 건지, 다 할 순 없다. 여기서 선택과 포기가 발생한다. 우선순위를 따져 자기에게 가장 유리하고 효율 면에서도 최적화된 선택을 하고, 못한 건 다음으로 미룬다. 트레이드 오프(trade off)는 이런 상황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한다. 갖고 싶은 것 두 개를 모두 가질 수 없으니 하나를 희생(off)해서 다른 것을 얻는다(trade). 경제학에서는 한쪽을 추구하려면 다른 쪽을 반드시 포기하는 이율배반적 경제관계로 설명한다.

트레이드 오프 방식은 거의 모든 협상 또는 의사결정 과정에 적용된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이 완전히 해제됐지만, 그 이전까지 한·미 미사일 지침은 탄두 무게를 늘리려면 사거리를 줄이고, 사거리를 늘리려면 탄두 무게를 줄이게끔 돼 있었다. 경제에서 기회비용을 계산하는 건 트레이드 오프를 적용시키는 것이다. 마트에서 갓 들어온 우유를 살까, 유통기한이 다가와 반값으로 파는 우유로 더 많은 양을 살까 결정하는 건 비용과 소비 시한, 필요한 이유 등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 선택한다. 그러니 트레이드 오프는 사물이나 상황의 장단점을 파악해 결정하는 행위다. 과학적 사고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이 특사를 주고받고 4월 말에 정상회담을 갖는다더니, 이젠 5월 안에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가 만난단다. 하도 약속 위반이 많아 그때 가봐야 되겠지만, 하루 전까지만 해도 예상할 수 없었던 초스피드다.

가만히 뜯어보면 이 목표를 행해 서로 전쟁 분위기를 띄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동안 장막 뒤에서 각자가 수많은 트레이드 오프 방식의 계산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게 최적화된 결정이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그랬다면 미국과 북한은 겉으로는 블러핑으로, 내부에서는 냉정한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얻을 것과 잃을 것의 목록을 작성해 선택과 포기를 한 거라 볼 수 있겠다.

우물 안 개구리식으로 주먹 불끈 쥐고 무조건 찬성·반대나 외쳐대는 확증편향으로는 처량한 꼴 면하기 어려운 국제정세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그래픽=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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