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나는 노래하는 거리의 예배자입니다

‘철산로데오의 소향’ 강한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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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양 버스커’ 강한별씨가 지난 3일 경기도 광명 철산로데오거리에서 버스킹 예배를 진행하며 찬양하고 있다. 광명=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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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명 철산로데오거리는 해가 져도 빛이 사라지지 않는 곳이다. 지역 내 유흥문화 1번지로 꼽히는 곳이기 때문이다. 365일 내내 어둠이 깔리기 전부터 골목마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과 조명이 거리에 빛을 토해낸다. 지난 3일 오후 7시30분. 거리 한편에 놓인 앰프에서 귀에 익은 찬양 반주가 흘러나왔다. 음악이 들리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곳엔 왜소한 체구의 한 여성이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버스킹(busking·길거리공연) 예배를 드리는 청년입니다. 교회 다니라고 전도하러 나온 것도 아니고 다니는 교회를 홍보하려고 나온 것도 아닙니다. 그냥 살아계신 하나님께 예배하려고 나왔습니다.”

인사말을 마치자마자 로마서 6장23절이 낭랑한 목소리로 낭독됐다. 한숨을 고르는 사이 찬양 ‘온 맘 다해’ 전주가 흘렀다. 청년이 입을 떼자 광장 곳곳에서 걸음을 멈추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작은 몸집, 앳된 얼굴과는 딴판인 ‘반전 목소리’가 귀를 사로잡았다. 독백하듯 가사를 읊조리다가도 고음을 터뜨릴 땐 가수 소향을 떠올리게 했다. 서너 명 앞에서 시작한 청년의 무대는 금세 40여명에게 둘러싸였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찬양예배를 마친 뒤 청년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찬양 버스킹을 하는 청년 강한별(25·여)”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강씨가 이곳에서 버스킹을 시작한 건 2015년 6월 25일. 그날 이후 매주 토요일 오후 7시30분이면 어김없이 같은 자리에서 홀로 마이크를 잡는다. 비가 오면 우비를 입고 추운 날엔 목도리에 핫팩을 손에 쥐면 그만이다. 토요일에만 찬양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답했다.

“평범한 직장인이거든요. 평일엔 회사 제 책상에 앉아 엑셀 프로그램과 사투를 벌이죠.”

어릴 적부터 교회에서 찬양하는 재미에 푹 빠져 살았던 강씨는 오직 하나님을 위해 노래할 것을 다짐하며 백석예술대 실용음악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졸업이 다가올수록 현실적인 문제가 이상하리만큼 크게 다가왔다. 결국 그의 손에 들린 건 마이크가 아니라 각종 사무도구와 서류였다. 과 동기들이 데뷔하고 공연하는 모습을 부럽게 바라만 보던 어느 날 페이스북(facebook)에 올라온 게시물 하나가 강씨의 마음에 돌을 던졌다.

“일반인 버스킹 영상이 유행처럼 번져가던 시기였어요. 막연하게 찬양으로 버스킹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한 목사님이 진행한 이벤트가 눈에 들어왔죠. 버스킹 영상을 올리면 1팀을 뽑아 앰프를 준다는 내용이었어요. 이거다 싶었습니다.”

부랴부랴 교회 지인들에게 앰프를 빌리고 4곡을 준비해 토요일 저녁 철산로데오거리로 나섰다. 그때 부른 첫 곡이 소향의 ‘너무 늦은 건가요’다. 강씨는 “매주 토요일 낮에 하는 교회 고등부 찬양팀 연습을 한 뒤 목이 쉬어 목소리가 안 나오는 상황이었는데 신기하게도 첫 마디를 부르자 기적처럼 목소리가 나왔다. 하나님이 내 성대를 붙들고 있는 듯 했다”고 회상했다.

집에 돌아와 현관을 들어서자 어머니가 신발장까지 나와 강씨를 안아주며 “고생했다”고 했다. 더 나아가 매주 같은 자리에서 찬양할 것을 제안했다. 대학 졸업 당시 음악이 아닌 취직을 강권했던 어머니였다. 찬양을 사랑하는 딸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어머니가 딸 몰래 뒤에서 기도로 중보하고 있던 거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무대는 단출하다. 작은 보면대 위에 낡은 성경책과 악보 한두 장, 이따금씩 목을 축이기 위해 놓아 둔 물 한 병, 그리고 앰프 하나가 전부다. 하지만 이 작은 무대를 함께 하는 이들의 수는 상상 이상이다. 페이스북으로 생중계되는 버스킹 예배의 평균 조회수는 2000∼3000회, 매주 유튜브에 업로드 되는 영상 중엔 37만번 넘게 눈도장을 찍은 것도 있다. 동영상만 보다 거리로 직접 나와 인사를 건네는 이들도 적잖다. 이날 현장엔 경기도 일산과 안산, 전라도 광주, 심지어 캐나다 밴쿠버에서 6개월 동안 유튜브로만 접하다 현장을 찾은 이도 있었다.

경기도 하남에서 온 이효진(35·여)씨는 “한별씨와 예배드릴 때마다 오랫동안 신앙생활 해오며 쌓였던 매너리즘이 사라지고 신앙의 초심을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강씨의 소망은 작은 무대만큼 소박했다.

“한 번씩은 복음을 들어보고 교회 가봤을 사람들이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는 하나님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에요. 여기에 처음 선 날이 6·25전쟁이 터진 날이었어요. 이 공간은 세상문화가 가득한 영적 전쟁터나 다름없고요. 이 전쟁터에 하나님의 평화가 심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광명=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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