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태현] 패럴림픽의 가치 기사의 사진
지난 9일 막을 올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모두 ‘영웅’이다. 장애와 편견을 극복하고,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승부는 큰 의미가 없다. 패럴림픽에 출전한 것 자체가 승리다. 평창패럴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운동을 통해 삶의 희망을 찾았다. 한국 장애인 노르딕스키의 신의현(38)과 서보라미(32)도 그런 경우다. 신의현은 26세이던 2006년 2월 교통사고를 당했다.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트럭을 몰고 귀가하던 중 맞은편에서 오던 차량과 충돌했다. 그 사고로 두 다리를 잃었다. “교통사고 이후 실의에 빠져 3년 동안 술에 의지해 살았습니다. 2009년 지인의 권유로 운동을 하면서 제 삶이 확 바뀌었습니다.” 그의 고백이다.

서보라미는 여고 3학년이던 2004년 4월의 어느 날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무용수를 꿈꿨던 그는 다시는 걷지 못한다는 절망감에 수시로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2007년 스키캠프에 참여하면서 좌식 스키와 인연을 맺었다. 새로운 삶의 시작이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와 2014년 소치 대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패럴림픽 출전이다.

신의현과 서보라미처럼 운동을 통해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보다 건강한 삶을 누리려는 장애인이 늘고 있다. 장애인 생활체육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의 생활체육 참여율은 20.1%로 나타났다. 2009년 7.0%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운동하는 장애인 가운데 49.7%가 주로 인근의 야외 등산로나 공원을 운동 장소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복지관 체육시설과 학교 체육시설은 각각 9.1%, 7.8%에 그쳤다.

장애인 스포츠 강국 우크라이나를 살펴보자. 우크라이나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20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소치 동계패럴림픽에선 금메달 5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1개로 4위에 올랐다. 가난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우크라이나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장애인 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모든 지역과 학교에 장애인 스포츠를 위한 시설을 갖추고, 장애인 선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노력으로 2000년대 중반부터 장애인 스포츠 강국으로 떠올랐다. 한국은 엘리트 스포츠 강국이지만 장애인 스포츠에선 여전히 약소국이다. 투자 없이는 성과도 없다.

김태현 차장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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