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파이팅” “장애인 파이팅” 응원하며 용기 얻어

코레일·밀알복지재단 공동주최 장애인과 가족 40여명 평창 패럴림픽 응원 현장 동행기

“한국 파이팅” “장애인 파이팅” 응원하며 용기 얻어 기사의 사진
‘장애인 가족과 함께하는 평창 패럴림픽 해피트레인’ 참가자들이 11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체코의 아이스슬레지하키 경기에서 응원을 펼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11일 오전 7시30분. 고요하던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대합실이 한바탕 떠들썩해졌다. 역사에 마련된 평창 동계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와 평창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을 둘러싸고 응원단 기념촬영이 한창이었다. 40여명으로 구성된 가족단위 응원단은 패럴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위해 파이팅을 외쳤다. 응원단 맨 앞줄에는 ‘장애인 가족과 함께하는 평창 패럴림픽 해피트레인’이란 플래카드가 걸렸다.

응원단원들은 지적·발달·시각 장애인과 가족들이다. 코레일 수도권동부본부(본부장 윤양수)와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은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장거리 나들이가 쉽지 않은 장애인 가족들에게 여행 기회를 주고자 이번 응원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남편, 두 딸과 함께 참여한 정경숙(57)씨는 “지난달 평창 동계올림픽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보면서 경기장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엄두가 나질 않았다”며 “밀알복지재단과 코레일이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 소식을 듣고 온 가족이 참가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딸 김기정(23·지적장애2급)씨는 설레는 맘으로 어젯밤 직접 응원도구도 준비했다. 정씨가 보여준 스케치북엔 반다비가 아이스슬레지하키를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모녀는 함께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쳤다.

강릉행 KTX 열차에 오른 이들은 저마다 기차여행의 추억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딸과 함께 여정에 나선 김남덕(57·여)씨는 “딸이 돌출행동을 보일 때 다른 여행객들에게 폐를 끼칠까 두려워 기차여행은 용기가 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장애인 가족들이 함께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감사하다”고 전했다.

강원도 강릉올림픽파크 안에 들어서자 세계 각국에서 온 방문객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미국 국기를 휠체어에 꽂은 참가자, 호주 국기를 모자에 붙인 참가자 등 외국인과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는 응원단의 모습은 비장애인들이 올림픽을 즐기는 모습과 차이가 없었다. 응원단은 경기 관람에 앞서 공연장 앞쪽에 마련된 전시회장을 먼저 찾았다. 평창 패럴림픽을 기념해 김근태(61·복합장애5급) 작가와 5대륙 9개국에서 온 장애아동 예술인 36인의 회화 작품이 전시된 곳이다.

전시장 벽면엔 김 작가의 작품이 담긴 엽서에 이곳을 찾은 전 세계인의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가 채워져 있었다. 안내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최이삭(52)씨는 “이곳에 오는 외국인은 두 번 놀란다”고 했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서 세계인이 함께하는 스포츠 축제를 훌륭하게 개최하고 있다는 것, 장애인 예술인들의 훌륭한 작품들이 이 현장을 빛내주고 있다는 것에 놀라며 엄지를 들어 보입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자부심을 느끼죠.”

오후 3시30분. 대한민국과 체코의 아이스슬레지하키 경기 시간에 맞춰 도착한 강릉하키센터엔 이미 태극기 물결과 함성이 가득했다. 장애인이라고는 상상이 안 갈 정도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빙판 위 명승부에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은 비장애인 장애인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외쳤다. 접전 끝에 대한민국의 골이 터졌을 땐 장내가 떠나갈 듯 데시벨이 올라갔다.

유독 목소리를 높여 응원하던 정남희(50) 박준성(20·자폐성장애2급) 모자가 눈에 띄었다. 3살 때부터 수영을 시작해 인라인하키, 골프 등 운동에 재능을 보인 박씨에게 이번 여행은 특별하다. 정씨는 “준성이가 9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해 한국골프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다”며 “장애를 이겨내고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들을 보며 용기를 얻고 하나님께 더 크게 쓰임받을 수 있길 소망한다”고 전했다.

다른 한쪽에선 정석기(71)씨가 시각장애를 앓고 있는 딸을 위해 열심히 경기 장면을 설명하고 있었다. 정씨는 “장내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경기설명 오디오장비가 준비돼 있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이용할 수 없어 아쉽다”면서도 “텔레비전 앞이 아니라 직접 경기장에서 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즐겁다”며 웃었다.

밀알복지재단 이주희 홍보팀장은 “패럴림픽은 장애를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배움터”라며 “평창 패럴림픽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우리나라의 장애인 인식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릉=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