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진영] 자동차 번호판 기사의 사진
1985년 개봉된 ‘백 투 더 퓨처’는 미래영화의 고전으로 여겨질 만큼 큰 인기를 얻었다. 2편과 3편까지 제작됐던 영화 속 주인공이 날아간 미래는 2015년이다. 주인공들이 30년의 시간여행을 위해 탄 스포츠카인 ‘드로리언’에서 눈길을 끈 것 중 하나가 136113966이란 바코드가 찍힌 번호판이었다. 제작자들은 2015년에는 상품처럼 다양한 차량정보가 수록된 바코드 형태의 번호판이 일상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화의 전망은 틀렸지만 번호판은 여전히 진화하고 있다.

차량 번호판은 고유 식별 표식이다. 차량 제원은 물론 소유자 정보까지 담겨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의전서열에 따라 국회의장은 1002, 대법원장 1003, 국무총리 1005처럼 차량번호로 위계가 드러나기도 한다. 군용은 국·육·해·공·합, 외교차량은 외교, 영사차량은 영사, 국제기구용은 국기 등이 번호판 앞자리에 표시된다. 국내에서 G20정상회의 같은 국제행사가 열릴 때면 기간이 한정된 특수번호판이 활용된다. 최근 각광받는 전기차에는 지난해 5월부터 전기차 모양과 Ev(전기차량)마크가 깔린 번호판이 붙어있다.

정부는 내년에 새로운 차량 번호체계를 도입한다고 12일 밝혔다. ‘2자리 숫자+한글+4자리 숫자’로 구성된 현재 등록번호는 최대 용량인 2154만개를 초과했다는 것이다. 말소차량에서 회수된 번호를 활용했지만 매년 80만대씩 새로 차량이 등록돼 내년 하반기에는 쓸 번호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번호 앞을 3자리 숫자로 하거나 중간 한글에 받침을 추가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한다면서 앞으로 2주 동안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인터넷에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번호판에 차주 실명을 앞에 쓰거나, 음주운전경력자는 ‘○○술○○○’, 난폭운전을 하다 적발됐으면 ‘○○폭○○○○’이라며 범법행위를 표시하자는 튀는 아이디어까지 제시됐다. 지금처럼 세금징수와 차량관리 등 행정적 측면이 강조된 유럽형 번호판 체계가 아니라 개성과 디자인이 가미된 북미형 번호판을 혼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번호체계는 그대로 쓰되 번호판 배경 디자인을 예컨대 자치단체별로 다양하게 하자는 것이다. 차량 번호판을 단순히 차량을 판별하는 도구가 아니라 삶과 교통문화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이자는 정서가 확산되고있다. 정부가 현재의 원칙에 얽매이지 말고 발상을 획기적으로 바꾸면 어떨까 싶다.

정진영 논설위원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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