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지면 일어난다, 46세 슈퍼 맘 끝없는 도전 기사의 사진
이도연이 지난 1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바이애슬론 여자 좌식 6㎞ 경기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평창=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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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 마비, 늘 당당한 미소… 41세에 시작한 핸드 사이클로 리우 하계패럴림픽서 은메달
바이애슬론 10㎞ 좌식 등 4경기 남겨두고 선전 다짐 “내 모습 보는 딸 셋, 강해질 것”


벌써 두 번이나 넘어졌다. 하지만 경기를 마친 후 표정은 그 누구보다도 밝았다.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최고령 스키선수 이도연(46)에게 순위는 별 의미가 없는 듯 보였다. 그는 “있는 힘을 다해서 달렸다. 실수는 아쉽지만 저는 제 기록에 만족한다”며 당당함과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도연은 세 딸의 ‘엄마’다. 1991년 건물에서 추락하는 바람에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됐지만 딸들에게 강한 엄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슈퍼 맘’이 되기로 결심했다. 2012년 마흔 살에 육상에 도전했다. 그해 장애인 전국체전에서 창, 원반, 포환던지기 3관왕을 차지했다. 이듬해에는 핸드 사이클을 시작했다. 2014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 2관왕에 이어 2016 리우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도연의 도전에는 ‘브레이크’가 없었다. 지난해 마흔 다섯의 나이로 장애인 노르딕스키에 입문했다. 하계 경기인 리우패럴림픽에 이어 평창 동계패럴림픽 무대까지 밟게 됐다. 지난 1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열린 대회 바이애슬론 여자 6㎞(좌식)에서 12위를 기록했다. 경기 도중 빠른 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넘어지며 코스를 이탈하기도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완주에 성공했다. 이도연은 “종목 전향이 아니라 ‘병행’이다. 패럴림픽이 끝나면 사이클 대회에 나가고, 겨울에는 스키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연은 하루 뒤 같은 장소에서 열린 크로스컨트리 여자 15㎞(좌식) 경기에서 또 넘어졌다. 이번에도 다시 일어나 팔을 힘차게 휘저었고, 공동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잘하겠다는 생각에 몸이 굳었고, 잘하려는 마음이 너무 앞섰다”고 자책했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는데 넘어져서 창피하다”는 그는 그러나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해 남은 경기를 준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도연은 장애인 가정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장애를 가진 부모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자녀도 약해진다. 엄마인 제가 무언가를 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니 우리 아이들도 문제를 스스로 하려고 해결하기 시작했다”고 경험을 얘기했다. 이어 “엄마, 아빠가 먼저 강해졌으면 좋겠다”며 “그러면 자녀는 부모를 본보기로 삼아 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곁에서 엄마의 도전을 응원하는 세 딸에게도 한 가지 바람을 전했다. “엄마가 아직 부족한 게 많다. 그래도 엄마는 언제까지나 너희들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여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처럼 엄마를 믿어주고, 엄마보다 강한 아이들로 커주길 바란다.”

이도연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평창패럴림픽에서 네 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다. 바이애슬론 10㎞(이하 좌식)와 12.5㎞, 크로스컨트리 5㎞와 1.1㎞ 스프린트 경기에 출전한다. 메달보다는 열정 가득한 ‘슈퍼 맘’의 미소를 네 번이나 더 볼 수 있는 것이 스포츠팬들에게는 더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

평창=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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