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軍, 시리아서 신무기 210종 시험” 기사의 사진
사진=AP뉴시스
러 정부 공보담당 비서관 제작… 전장을 실험실로 이용한 꼴
푸틴 “절대 용서 못하는 건 배신”… 여객기 격추 명령 내린 일도 공개


“배신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언론인 출신의 크렘린궁 공보담당 비서관 안드레이 콘드라쇼프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푸틴’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11일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는 오는 18일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21세기 차르’ 푸틴의 면면을 홍보하는 캠페인 영화다.

푸틴은 다큐멘터리에서 “나는 관대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콘드라쇼프가 용서될 수 없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배신”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푸틴은 “아직까지 배신이라고 부를 만한 심각한 사건은 없었다”면서 “아마도 내가 배신을 하지 않을 사람만 쓰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2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는 푸틴의 할아버지 스피리돈 푸틴이 블라디미르 레닌(1870∼1924)과 이오시프 스탈린(1879∼1953)의 요리사로 일했다는 등 개인적인 이야기도 담겨 있지만 국제사회에 논란을 일으킬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7년 넘게 내전이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가 러시아군의 무기 시험장 역할을 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러시아군이 시리아에서 무기 210종을 실험했다”면서 “현재 러시아군이 갖춘 무기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아날로그 무기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다큐멘터리에서 굳이 무기 시험을 공개한 것은 서방을 향해 힘을 과시하고, 수출 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푸틴은 2014년 2월 7일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식 직전 탑승자 110명을 태운 여객기 격추를 명령했던 일화도 밝혔다. 당시 우크라이나 카르키프에서 터키 이스탄불로 향하던 여객기 기장이 ‘승객 중 한 명이 폭탄을 소지 중이며, 항로를 소치로 변경하라고 협박하고 있다’고 러시아 항공 당국에 통보했다. 이에 푸틴은 격추 지시를 내렸다. 다행히 몇 분 후 승객이 술 취해 난동을 부린 것으로 확인돼 푸틴은 격추 지시를 철회했다. 비록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최근 푸틴이 잇따라 핵무기를 자랑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공포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푸틴은 또 크림반도는 절대 반환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주민 96.8%가 찬성한 투표 결과를 빌미로 우크라이나의 자치공화국 크림반도를 병합했고, 이로 인해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콘드라쇼프가 “어떤 상황이라면 크림반도를 돌려줄 수 있느냐”고 질문하자 푸틴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크림반도를 반환하는) 그런 상황은 존재하지 않고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답했다.

푸틴은 다큐멘터리에서 전·현직 독일 총리와의 친분을 소개했다. EU의 대표주자 독일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때때로 자신에게 라데베르거 맥주를 보내온다고 밝혔다. 라데베르거는 푸틴이 동독 시절 첩보원으로 근무했던 독일 드레스덴 인근에서 만들어지는 맥주다. 전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다큐멘터리에서 “독일의 지정학적 이해를 고려할 때 러시아와 항상 가까이에서 소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푸틴은 역사에 관한 독일인들의 태도에 관해 “나는 독일, 유럽 전체, 그리고 전 세계가 (나치에 의해) 당했던 무서운 과거에 대해 독일의 모든 세대가 참회하고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보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