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잠실야구장 ‘현대판 노예’ 몰랐다지만… 서울시 사업소, 고용주는 알고 있었다 기사의 사진
사업소 이름·전화번호 기록 들어본적 없다는 건 거짓말… 현장 관계자들도 존재 인정
분리수거 업무도 석연찮아… 등잔 밑서 초유의 인권유린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잠실운동장 노예 피해자 고용주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정황이 12일 확인됐다.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현대판 노예’ 피해자 사건(국민일보 3월 12일자 1면 참조)은 관계 부처의 관리 소홀과 무관심이 부른 초유의 ‘인권유린 사태’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피해자인 청소노동자 이성호(가명·60·사진)씨의 주거지이자 일터는 잠실운동장 쓰레기장으로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관리하고 있다. 사업소 측은 그러나 “용역으로 고용한 적 없다. 컨테이너박스에서 누군가 산다는 것도 들어본 적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사업소 측은 이씨의 고용주인 사장 A씨의 개인 휴대전화번호와 이름을 알고 있었다. 잠실운동장 담당자의 연락망에도 이런 내용이 기록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소 측은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 직원에게도 “냄새가 많이 나면 물을 뿌려 달라는 정도로 연락을 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17년간 잠실운동장 쓰레기장에 살면서 분리수거 업무를 진행해 온 점도 석연찮다. 잠실운동장 청소 관리는 사업소가 직접 용역 계약을 맺은 민간 업체와 잠실운동장이 용역을 맺은 업체 등이 맡아 왔다. 업체 관계자들은 대부분 이씨가 쓰레기장 분리수거를 도맡아 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이씨를 ‘분리수거 전담 인력’ ‘다른 용역업체 관계자’ ‘쓰레기장 관리자’ 등의 호칭으로 불렀다.

국민일보가 이씨를 접촉했을 당시 주변 청소부들도 그에게 인사를 건네는 등 친근감을 보였다. 16년째 잠실야구장에서 청소를 했다는 한 노동자는 “쓰레기장 관리자로 알고 있다”고 했다. 다른 노동자는 “우리랑은 다르지만 다른 용역업체 관련자로 알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잠실쓰레기 적환장 운영자와 직접 계약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서울시 해명대로라면 시 소유 부지에서 일반인이 무단으로 분리수거 사업을 진행했는데도 이를 방조한 셈이다.

서울시는 “체육시설 전반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는 만큼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사업소에서 민간위탁 중인 시설의 수탁업체 및 하청업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고용 관계 적정 여부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를 구조 조치한 서울시장애인인권센터는 송파경찰서에 이씨 사업주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패럴림픽이 개최되는 대한민국에서 현대판 장애인 노예 사건이 발생한 것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해당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허경구 문동성 김지애 기자 nine@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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