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북미수교는 예정된 수순”… 판 바꾸는 ‘통큰 거래’ 기대 기사의 사진
문재인 대통령(왼쪽 네 번째)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여야, 보수와 진보, 이념과 진영을 초월해 성공적인 회담이 되도록 국력을 하나로 모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美, 비핵화 검증 중시… ‘행동 대 행동’ 원칙 고수
누구도 해보지 않은 게임… 북·미 대화 줄다리기 주목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경우 북한과 미국 정상이 얼굴을 맞대고 앉는 것 자체가 상당한 진전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미수교국과 정상회담을 하는 것 자체가 역사적으로 매우 드물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미·중 수교 전인 1972년 방중해 마오쩌둥(毛澤東) 주석,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이른바 ‘데탕트’의 시작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1979년 이란 혁명으로 단교한 지 36년 만인 2013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통화는 이란 핵 협상 타결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

핵·미사일 카드를 쥔 북한 외교의 최종 목표는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수교다. 평양에 미국대사관이, 워싱턴DC에 북한대사관이 세워질 경우 북·미 관계 정상화 프로세스는 사실상 완료된다. 북·미 수교가 이뤄지면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 정당화 논리도 힘을 잃는다. 북한은 핵 보유 명분으로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북·미 수교는 특별한 것이라기보다 예정된 수순이라 볼 수 있다”면서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비핵화를 한다면 그 뜻은 곧 미국과의 정상적인 관계를 회복한다는 것이다. 곧 수교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북·미 수교가 이뤄지기까지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우선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비핵화에 응할지 불투명하다. 미국은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언급한 비핵화가 어떤 수준인지는 불분명하다. 미국 입장에선 북한의 CVID 확약 없이 북·미 수교에 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은 북한 비핵화의 검증 가능성을 중시한다. 미국은 북한이 과거 북·미 제네바 합의가 유효하던 때 몰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을 진행했던 과거를 잊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주장하는 ‘일괄 타결’이 아닌 ‘행동 대 행동’ 원칙을 고수한다. 비핵화와 북·미 수교를 맞바꾸는 식이 아니라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할 때마다 단계별로 상응하는 보상을 주겠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국제사회의 감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지난 몇 년간 핵·미사일 능력을 급속히 고도화했다. 북한의 핵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국제사회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검증에 앞서 북한의 핵 능력 평가에서부터 북·미 간 상당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다만 북한과 미국이 전향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는 기대도 없지 않다. 정부는 일괄 타결 방식의 북·미 협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등 하나 주고 하나 받는 이런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이 있을 수 있다”면서 “판이 바뀌었다. 누구도 해보지 않은 게임이기 때문에 북·미 간 대화가 진척돼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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