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혐의 ‘업무상 위력 간음·추행’ 유죄 나도 솜방망이 기사의 사진
‘업무상 위력’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다툼의 여지 많아
쇼트트랙 실업팀 감독이 선수 상습 성추행한 사건 집행유예 3년 선고에 그쳐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검찰 조사실에 앉게 한 혐의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이다. 강간이나 강제추행보다 다소 생소한 죄명이다. 직접적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업무상 지위를 앞세워 간음하거나 추행했다면 처벌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죄는 1953년 제정 때부터 형법에 포함됐다.

폭행이나 협박처럼 비교적 명백한 행위를 요건으로 하는 강간 및 강제추행과 달리 ‘업무상 위력’은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다툼의 여지가 많다. 대법원은 2007년 “‘위력’이란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세력(勢力)으로 사회·경제·정치적 지위와 권세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가 성립하려면 기본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업무 또는 고용관계, 보호·감독 관계에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당시 상황에서 피해자의 의사가 얼마나 억압됐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 피해자의 조직 내 지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조교를 성추행한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해자는 연구실 동료와의 관계, 학업 성취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돌발상황에 대처가 부족한 개인성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건 현장에서 평소처럼 행동하거나 가해자를 피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런 행위를 받아들일 의사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장래에 불이익이 우려되는 등 감정적이고 혼란스러운 피해자의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며 “합리적 의사판단을 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접근하면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도 실제 선고되는 형은 국민의 법 감정과 다소 거리가 있다. 판결이 나오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기도 한다.

음대 교수가 자신에게 레슨 받는 여학생 3명의 가슴 등 신체 주요 부위를 만지며 추행한 사건에서 재판부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쇼트트랙 실업팀 감독이 소속 선수들에게 “재계약하려면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압박을 주며 상습 성추행한 경우에도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성하고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 점을 고려했다”며 참작 사유를 설명했다. 여직원을 간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자영업자에게는 징역 8개월이, 연습생을 상대로 추행한 연예기획사 대표에게는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 추행 정도가 무겁지 않고 피해자가 다수가 아닐 경우 합의가 이뤄졌다면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애초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은 법정형 자체가 높지 않다. 간음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과 1500만원 이하의 벌금, 추행은 2년 이하의 징역과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가 많지 않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하는 권고 형량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별도의 양형기준 없이 법정형 안에서 재판부 재량에 따라 형을 선고하도록 한다.

정부는 지난 8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죄의 법정형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간음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추행죄는 5년 이하의 징역에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성폭력 전담 재판부를 맡았던 한 법관은 “현행 법정형은 법관의 재량을 크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이 벌금형을 둘 수 있는 범죄인지에 대해서도 재고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