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엔 “한국 성폭력 2차 피해 시정하라” 기사의 사진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지난 22일 열린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 회의에서 로사리오 마날로 위원이 한국 정부의 보고서와 답변이 미흡하다고 질타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회의에 참석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질문에 귀 기울이는 모습. CEDAW 동영상 화면 캡처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가 한국 정부에 성폭력 피해자들이 무고죄와 명예훼손죄 소송으로 받는 2차 피해를 시정하라고 12일 권고했다. 유엔은 한국의 미투(#MeToo) 운동이 거센 저항에 부딪힌 상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정부가 직접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CEDAW는 이날 ‘성폭력 피해자들이 받는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의 최종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번 권고는 지난달 이뤄진 한국의 제8차 국가보고서 심의(국민일보 3월 1일자 1면 참조)를 반영한 유엔의 최종 의견이다.

권고안에서 CEDAW는 “사회·제도적 편견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들이 입을 열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의 폭로를 거짓말로 치부하거나 이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거는 등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에서 비롯된 행태가 모든 피해자들을 침묵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송절차에서 피해자들의 섹슈얼 히스토리(성 경험 또는 병력)를 증거로 삼지 못하도록 하고 피해자들에게 무료 변론을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CEDAW는 특히 직장 내 성희롱을 실질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학교·군대 등 공공기관에서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더욱 엄격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며 “가해자들이 같은 직장에 복귀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피해자들이 성폭력을 신고할 때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도 권고했다.

한국 정부가 과거 CEDAW의 지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점도 도마에 올랐다. CEDAW는 한국 형법이 아직도 강간을 폭행·협박이 있는 경우로만 한정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피해자의 동의 여부를 중점에 두도록 시정하라”고 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최종 심의에 참여한 뒤 발표한 성희롱·성폭력 근절대책에는 형법 개정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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